대입 정시 합격자 발표가 한창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15학년도 명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여섯 학생의 다양한 노력을 참고하면서 신년 다짐을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채제우(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합격)
채제우(서울 보인고 3)군은 고교 1학년 1학기를 마치면서 5등급을 받았다. 충격받은 채군은 학원을 그만뒀다. 시중에서 가장 쉬운 문제집을 사서 혼자 개념을 익히며 제일 낮은 단계의 유제(類題)만 골라 풀었다. 자신감이 붙자, 다음 단계 문제를 보기 시작했다. 못 푸는 문제도 간혹 나왔지만 기초 수준이라 대부분 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종합 문제와 수능 기출 문제만 따로 풀었다. 이렇게 한 권을 2회독 했다. 그는 "처음부터 어려운 문제까지 한 흐름에 풀었다면 진작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학기 중엔 교과서와 익힘책을 3번씩 반복했다. 한 학기 만에 내신 1등급을, 2년 뒤 수능 1등급을 거머쥔 채군은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해 학습 난도를 차례로 올렸던 것이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혁(연세대 경제학과 합격)
이상혁(서울 경성고 3)군은 고교 1학년 내내 각종 진로 활동을 하며 적성을 찾았던 덕분에 일찍이 연세대 경제학과를 목표로 놓을 수 있었다. 목표를 확정하니 맞춤형 계획을 세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해당 학교·학과에 진학한 선배들이 어느 정도의 내신을 받고 3년간 어떤 비교과 활동을 했는지 알아봤습니다. 그에 맞춰 세부 계획을 세웠더니 바쁜 학기 중에도 여러 활동을 골고루 할 수 있었어요. 경제 동아리·진로 동아리·한국사 동아리 등 3개 동아리 과제를 하면서 학생회 활동도 놓치지 않았고요. 내신도 1등급 내외를 유지했죠." 이군은 "장기 계획을 세우니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멀리 보면서 힘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신정(고려대 기계공학부 합격)
지난해 3월 서울 방산고는 오전 7시 자습반을 열었다. 본래 등교 시간은 오전 8시다. 이과에서만 40명 가까이 자원했다. 3학년 김신정양은 이 시간에 모의고사를 풀기 위해 지원했다. 비 오는 날에도, 찌는 듯한 날씨에도 김양은 하루도 빠짐없이 약속 시간을 지켰다. 꾸준한 자습은 어느새 '누적 140시간'이 넘었다. 수능 직전 이 프로젝트에 남은 인원은 4명. 김양은 "비슷한 성적의 친구와 단짝이 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끝까지 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백재현(서강대 생명과학과 합격)
백재현(서울 오산고 졸)씨는 201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좋아하는 과목에만 치중한 나머지, 다른 과목에 소홀했다. 국어와 영어를 아예 공부하지 않은 날도 있었다. 재수를 결심한 백씨는 전 과목을 고르게 공부하는 계획을 짰다. "하루 10시간을 공부한다고 가정하면, 예전엔 수학·과학에 4시간씩, 국어·영어에 1시간씩 썼어요. 하지만 이번엔 각각 3시간·2시간씩 배분하는 걸 기본으로 했어요." 흥미도 자신도 없었던 국어·영어 과목이었지만 의무 학습 시간만은 꼭 지키려 노력했던 덕분에 백씨는 2015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모두 넘을 수 있었다.
전현진(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부 합격)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들은 학교 특성을 살려 다양한 교내외 활동으로 수시모집에 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전현진(민족사관고 3)양 역시 1학년 때부터 수시모집을 준비했다. "개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저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주력했어요." 평소 경영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전양은 리더십과 전공적합성에 중점을 두고 학교생활기록부를 채워나갔다. 학생회 활동은 물론, 농구 동아리·밴드 활동·교육 봉사·창업 동아리 등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다. 전양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책임감을 배우고 사회성을 길렀다"며 "스펙 쌓기를 넘어 스스로 발전하는 기회가 되니 다방면으로 활동해보라"고 추천했다.
김재혁(한양대 의예과 합격)
김재혁(경기과학고 졸)씨가 고교 시절 교내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300여 권. 과학 영재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견문을 넓히기로 마음먹은 것이 계기다. 재수 때도 200여 권을 읽었다. 책 고르는 기준은 따로 없지만 EBS 문제집에 나오는 작품의 원문은 모두 찾아 읽었다. 작가 이태준(1904~?)의 '까마귀' 일부가 출제되면, '까마귀'는 물론이고 이태준 전집을 빌렸다. "연관 작품을 읽으면 작가의 문학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요. 지문과 문제 해석력도 높아지죠.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드)' '강의(신영복)'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더니 비문학 파트를 푸는 힘도 길러졌어요. 결국 독서가 국어 실력에도 도움을 준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