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북부의 코바니에서 처음으로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했다. IS는 지난 30일 동영상을 통해 "폭격과 형제들의 죽음 때문에 코바니에서 얼마 전 후퇴했다"며 "전투기가 모든 걸 파괴하고, 쥐새끼들(쿠르드 반군)이 오는 바람에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IS 격퇴 작전의 국제연합군 사령관 제임스 테리 미군 중장도 1일 "코바니를 재탈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확인했다.
터키 국경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코바니는 인구 4만5000명이 거주하던 소도시였다. 하지만 미국의 IS 공습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해 9월, IS가 도시 점령에 나서자 미국과 IS의 자존심이 걸린 전쟁터가 됐다. IS는 코바니전(戰)을 서방의 침략에 맞서는 성전(聖戰)으로 내세우며 세계 지하디스트를 규합했다. 미군은 약 700여 차례 공습 작전을 감행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러시아의 도시 '스탈린그라드(현재 볼고그라드)'에 빗대 '코바니그라드'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번 탈환에 전공(戰功)을 세운 건 바로 IS가 '쥐새끼'라고 지칭한 쿠르드족(族)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번 전투에서 쿠르드 반군이 약 400명 전사했지만, IS 대원은 그보다 훨씬 많은 1000여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슬람 수니파이자 산악 민족인 쿠르드족은 몇 년 전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오히려 '공식 테러단체'로 통했다. 끊임없는 무장 독립 투쟁 때문이었다. 이들은 16세기 오스만튀르크에 점령당한 이후 터키·이라크·이란·시리아 등에 흩어져 살았다. 자치(自治) 확보를 위해 전투 병력을 조직하고 자살 테러도 불사했다. "쿠르드족은 친구가 없고, 산(山)만 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특히 쿠르드족 4000만명 중 1400만명이 거주하는 터키에선 최대 위협 세력으로 간주돼 탄압받았다. 하지만 미국·이란 등 다른 국가들이 지상군 투입을 꺼리면서, 쿠르드족 반군은 사실상 IS 격퇴를 위한 국제동맹의 주포(主砲)로 자리 잡았다. 이번 코바니전에도 미국·독일 등으로부터 무기·탄약·의약품 등 보급품을 공중 지원받았다.
쿠르드족이 IS 격퇴에 열성적인 것은 후세인 시절부터 피 흘려 얻어낸 이라크 북부 자치(自治) 지역을 IS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쿠르드족 민병대 리더는 지난해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IS는 기껏해야 2년이지만, 우린 이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30년간 싸워왔다"고 했다. 이번 코바니 공성전에도 시리아 내 쿠르드족뿐 아니라, 세계의 쿠르드족 전사가 참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터키의 쿠르드 독립세력 쿠르드노동당(PKK), 이라크의 쿠르드족 민병대 페슈메르가('죽음에 맞선 자들'이라는 뜻의 쿠르드어), 심지어 스웨덴과 독일에 살던 이들까지 전장을 찾았다"고 했다. 한 쿠르드족 전사는 "이번 승리는 우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