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된 26일 밤. 서울의 유흥가 곳곳에서는 간통죄 폐지를 '불륜의 자유'로 받아들이는 씁쓸한 모습들이 벌어졌다.

룸 20개를 가진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인 나이트클럽. 이날 오후 10시 30분 웨이터들은 "룸은 이미 다 찼다"고 했다.

한 웨이터는 "평소엔 더 늦은 시각부터 붐비는데 오늘은 마치 관광 특수처럼 여성 손님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오늘 영업 시작 전 직원들이 모여 '간통죄 폐지'를 기념하는 축배를 들었다"고 했다.

26일 밤 서울 강남의 한 성인나이트클럽에서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다. 업소 측은 평소보다 손님이 훨씬 많았다고 했다. 노래와 춤을 추는 도중 일부 손님들은 간통제 폐지를 축하한다며 건배를 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했다.

남녀 손님들의 화제도 단연 '간통죄'였다. 자신을 기혼자라고 밝힌 여성 최모(37)씨는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다"며 합석한 남성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있다는 한 기혼 여성은 "지금까지 (법적으로)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한 적은 없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또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쯤 서울 영등포역 인근 모텔촌. 중년 남성의 팔짱을 낀 채 거리를 걷던 40대 여성은 "이제 간통죄도 없으니 결혼을 왜 해? 그냥 이렇게 모텔 다니고 사랑하면 되지 결혼이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곧이어 한 모텔로 들어갔다. 모텔 주인은 "불륜 커플은 남녀가 함께 안 들어오고 대개 5분 간격으로 들어오는 게 특징인데 이제는 따로 들어오는 모습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유흥가에 위치한 경찰지구대에선 불륜 신고를 받고 현장을 덮치는 경우는 사라지겠지만, 치정에 얽힌 폭행 사건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모텔·성인나이트촌에 인접한 영등포중앙지구대 한 관계자는 "간통에 대한 형사 처벌이 원천봉쇄되면서 울분 쌓인 피해자들이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폭행하는 등 극단적인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최대 모텔촌 중 하나인 관악구 신림역 근처 한 모텔 주인 김모(51)씨도 "며칠 전 세종시 엽총 사건에도 치정 문제가 얽혀 있다던데 불륜 남녀들은 이제 엽총에 맞지 않게 대비 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간통죄'는 이날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권에 오르는 등 온라인에서도 핫이슈였다. 한 네티즌은 "이혼 소송 때 위자료 폭탄을 맞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간통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은 맞지 않느냐"고 했다. 이들 중에는 "간통죄 폐지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우리가 진짜 '불륜공화국'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개탄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