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에 300만원을 밑천 삼아 주식 투자를 시작해 100억원의 수익을 올린 투자 귀재. 만 23세에 증권사에 스카우트된 최연소 애널리스트. 여기에 삼성증권과 동부증권 등 대형 증권사와의 협업 경력까지.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 천황’이라고 불리는 복 모(33)씨 이야기다. 그를 추종하는 다음 카페 회원수만 80만명, 포털 사이트에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그의 화려한 약력과 그를 따라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2~3년전부터 조금씩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의 경력과 투자로 벌었다는 돈이 모두 거짓이라는 소문이 투자자들 사이에 돌기 시작했다. 80만명에 이르는 그의 카페 추종자와 성공담 등이 대부분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덧붙여졌다. 더불어 그가 운영하는 주식투자 아카데미와 관련해, “환불을 약속해 가입했는데 갑자기 다른 소리를 해 분통이 터진다”는 글들이 온라인 상에 게재되기 시작했다. 복씨의 아카데미는 개인당 100만~300만원 가량을 서비스 비용으로 받고 있다.
복씨와 관련해 이상한 소문이 돌던 3년 전쯤 복씨에게 속았다는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천황 손실 모임 카페’를 만들었다. 지금 이 카페 회원은 1000여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지난 4일 이 카페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리는 미스터리 사건이 발생했다. 카페 운영진이 복씨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하고, 민사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변호사까지 만나던 중이었다.
카페 회원들은 모두 강제 퇴장 당하고, 카페가 완전히 삭제돼 버렸다. 누군가 운영자의 아이디를 도용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을 뿐 누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복 모씨 측, “돈 줄 테니 카페 넘겨라”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시계를 잠시 지난해 초로 되돌려본다. 당시 이 카페를 운영하던 A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 “운영진에 한해 피해액을 환불해 줄 테니, 카페를 넘기고 활동을 그만하라”는 것. 전화를 건 사람은 복 모씨가 세운 JS아카데미 관계자였다고 A씨는 말했다.
A씨는 그러나 당시 다른 운영진들과 상의한 뒤, 카페를 폐쇄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를 그 관계자에 전달했다. 한참을 듣던 관계자는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운영자의 아이디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디가 도용당해, 일부 회원을 강퇴해버린 것이다. 운영진은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도 했지만 해외에서 접속한 누군가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알았을 뿐, 성과는 없었다.
이후 1년여의 시간이 지나 피해자가 많아지고, 복씨가 폭행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카페 회원수가 1000여명에 이르게 됐다. 그러던 와중에 카페가 통째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동안 피해 내역을 모았던 글과 자료 등도 모두 함께 사라졌다.
카페 운영자 측은 복씨 측을 의심하고 있으나 증거는 없는 상태다. A씨는 일단 경찰에 신고해 수사 결과를 기다려볼 계획이라고 했다.
복씨 경력, 위조 의혹
복씨는 현재 집행유예 상태다. 2013년 전북 군산에서 술집 여종업원을 폭행하고, 수사를 벌인 경찰관을 발로 찬 혐의로 1심에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가, 지난달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복씨는 경찰관에게 “내가 100억 중에 10억만 쓰면 너희들 옷 모두 벗긴다, 당장 1억도 없는 것들이 나이만 처먹어 가지고,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1억씩 주고 너희들 죽이라면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다”며 난동을 벌이기도 했다.
본지는 복씨의 약력에 적힌 경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금융투자협회와 각 증권사에 확인 요청을 했다. 그러나 최연소 애널리스트 등과 관련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복씨의 약력에 언급된 삼성증권과 동부증권에서는 “복씨가 약력에 적어놓은 센터가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복씨와 함께 일을 했던 적이 없다”고 답했다.
복씨가 100억원을 벌었다는 인터뷰 내용 역시 실체가 없긴 마찬가지다. 예컨대 복씨는 2011년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회사가 위치한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빌딩이 자신의 소유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건물의 주인은 복씨가 아니었으며, 지난 30여년간 소유주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복씨는 2006년 ‘복OO VIP센터’라는 투자자문사를 차렸고, 2007년 규모를 확장해 ‘JS투자자문’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복씨 측은 언론사 등을 찾아다니며, 100억원을 번 슈퍼개미라는 내용의 광고를 실어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는 이런 광고로 이름을 날린 후, 주식을 가르치는 학원인 ‘JS증권 아카데미’를 세운다. 개인을 VIP멤버로 가입시켜, 한 사람당 100만~300만원가량의 돈을 받았다.
복씨가 차린 업체는 유사투자자문사이다. 자본금과 운용전문인력이 필수 요건인 투자자문사와 달리 일정한 신고만으로도 영업이 가능한 업체다. 환불 문제 등 규정을 어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금융감독원의 검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구제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
[반론 보도]
본지는 지난 1월 12일자 및 3월 13일자 사회면에 "JS 복 대표의 경력이 허위이며, 그 허위 경력을 홍보해 회원을 모집하고 영리를 취했으며 안티 카페 사이트 불법폐쇄에도 관련이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JS 복 대표는 "2003년부터 팍스넷, 싱크풀 등에서 사이버 애널리스트로 왕성히 활동했으며, 허위 경력을 통해 회원을 끌어 모으지 않았다. 또한 안티 카페 사이트 불법 폐쇄와도 무관하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