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추오!(眞不錯·멋지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헬기장. 중국인 리동훙(여·47)씨가 헬기에서 내리며 활짝 웃었다. 이날 이씨는 일행 20명과 함께 헬기 투어를 체험했다. 이들이 잠실 올림픽공원 일대를 2~3분간 둘러보기 위해 지불한 비용은 총 100만원. 이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돈이 아깝지 않았다"며 "중국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도 추천할 것"이라 했다.
서울을 방문하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사이에 헬기나 요트를 이용한 '고급 투어' 바람이 불고 있다. 2013년 10월 시작된 잠실 관광헬기 사업은 한 달 뒤 대기업 헬기의 삼성동 아이파크 충돌 사고로 이용객이 급감해 위기를 맞았지만, 요즘은 '유커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3년엔 한 명도 없었던 중국인 이용객이 2014년 한 달 평균 100명으로 훌쩍 늘더니 작년 말부터는 한 달 500명 이상 됐다. 내·외국인을 합친 한 달 전체 이용객 600여명의 83%에 달하는 수치다.
헬기 투어는 일반 관광 프로그램에 비해 비싸지만, 유커들은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고 한다. 올림픽경기장 일대를 한 바퀴 도는 가장 짧은 코스는 비행 시간이 2~3분에 불과하지만 1인당 5만원이고, 가장 인기 있는 잠실헬기장~여의도 왕복 코스는 15분짜리로 1인당 17만원이다. 이 여의도 왕복 코스는 한류 스타인 슈퍼주니어가 체험하는 모습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돼 유커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탑승 인원 수에 상관없이 한 번 뜨는 데 99만원 드는 30분짜리 팔당댐 코스도 비즈니스차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에게 인기다. 가이드 3년차인 조선족 방아(여·28)씨는 "단체관광의 옵션 중 하나로 선택권을 주는데 비싼 비용에도 대부분의 손님이 헬기를 타겠다고 한다"고 했다.
내국인에겐 아직 생소한 한강 요트 투어도 인기다. 서울의 대표적 요트관광 업체인 서울마리나는 2012년 4월 요트 투어 시작 이후 중국인 이용객 수가 꾸준히 늘어 작년엔 400명을 넘겼다고 했다. 첫 해 60여명에서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뷔페식 식사와 요트 투어를 결합한 5만~10만원짜리 패키지다. 박혜정 서울마리나클럽 홍보실장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요트를 타고 해가 저무는 것을 바라보는 '선셋 크루징'을 특히 선호한다"고 했다. 서울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점점 고급화되는 중국인 관광객의 관심사에 맞춰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