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가 있었던 지난달 18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빨간색 팻말이 등장했다. 팻말에 한 글자씩 ‘박근혜 퇴진’이라고 쓴 이 팻말은 ‘데모당’이 준비해 들고 왔다. 데모당 소속으로 보이는 시위대는 이날 날이 저물자,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당기(黨旗)를 흔들며 세를 과시했다.

지난달 18일 세월호 1주기 집회 당시 데모당이 시위하고 있는 모습.

일부 언론 매체는 세월호 집회를 보도하면서 ‘집회에 정의당, 노동당, 데모당 등이 참여했다’고 썼다. 5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정당과, 의석은 없지만 선거에 후보도 공천하는 정식 정당과 데모당이 비슷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데모당은 정식 정당이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16개 정당 중 데모당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창당준비위원회가 결성됐다고 신고한 5개 위원회에도 데모당은 없다. 그러나 데모당은 당원이 있고, 당수도 있고, 대변인, 산하 위원회도 있는 등 정당과 비슷한 조직을 구성해 혼란을 주고 있다.

데모당이 ‘창당’된 것은 2013년 7월이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데모당 페이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데모에 참가한 사진(인증샷)을 페이스북에 올리면 입당할 수 있다고 한다. 핵심 강령은 ‘데모가 희망이다. 데모가 세상을 바꾼다. 데모의 자유’다. 데모당은 세월호 집회는 물론, 시위가 벌어지는 각종 시위에 ‘박근혜 퇴진’ 팻말을 들고 참가하고 있다. 집회에 나갈 때는 ‘데모당’이라는 글자가 써진 깃발과 팻말을 들고 나가 자신들을 홍보한다.

그러나 이들이 정당과 비슷하게 행동을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정당법에는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명칭에 정당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지만, 데모당의 이름을 금지시킬 근거는 되지 못한다는 게 선관위의 해석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OO당’이라고 이름에 ‘당’자를 붙인다고 바로 정당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어떤 조직이 누가 보더라도 등록된 정당처럼 활동하면서 일반인들이 진짜 정당으로 착각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모당은 선거 때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고 시위에만 참여하고 있어, 일반인들이 정상적인 정당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