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공익근무요원이 아닙니다. 잠만 집에서 잤어요. 버스 타고 왔다 갔다 했지요”

대한민국 남성이 모이면 빼놓을 수 없는 화제가 ‘군대’ 이야기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험인 만큼 이만큼 잘 통하는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우람(30, SK)도 군대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에 미소가 활짝 피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옛 군대 시절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빠져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2년 동안 남몰래 흘린 땀방울이 지금의 정우람을 만들었기에 더 그런 듯 했다.

정우람은 상근예비역으로 약 2년간 군 생활을 했다. 2012년 시즌이 끝난 뒤 입대를 결정했다. 흔히 프로야구 1군 선수들은 상무나 경찰청에 지원해 군 복무를 해결한다. 야구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선호하는 경로다. 몸이 아파 국가에서 정한 예외 사유가 되는 선수들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우람은 상근예비역으로 복무를 했다. 현역과 공익근무요원의 중간쯤에 있는 애매한 위치다.

이를 회상한 정우람은 “그냥 놀았던 것이 아니다. 잠만 집에서 잔 정도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 꼬박 일과를 보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라고 주위의 시선을 경계(?)했다. 밖에서는 유명스타지만 군대 안에서는 똑같은 병사 한 명일뿐이다. 정우람은 “출퇴근만 할 뿐 현역 일과는 다 소화한다고 보면 된다. 모든 훈련을 다 뛰었다. 평소에는 예초기도 돌려봤고 삽질도 했고 진지공사도 했다”라면서 “혹한기 훈련 때는 텐트도 치고 전구도 달아보고 했다”라고 웃으며 군 생활을 떠올렸다.

남들도 다 한 일인 만큼 정우람이 그런 군 생활을 특별히 앞세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추억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화려한 조명을 받던 스타의 위치에서 벗어나 일반 군인으로 2년을 보내며 자신의 앞날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시기다. 군인 월급을 받으면서 서러움(?)을 느껴보기도 했고 동료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을 보면서 야구에 대한 갈망을 키웠던 시기이기도 하다. 야구가 그리웠고 그 그리움은 힘든 일과 속에서도 정우람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그런 정우람은 군 복무 중반 이후에는 짬을 내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제대해서 유니폼을 입으면 잘해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늦은 시간 경기장에 나와 홀로 묵묵히 운동을 하며 복귀할 그 날을 기다렸다. 그 결과 정우람은 이 경로를 거쳐 군 복무를 해결한 선수 중에서는 독보적인 회복 속도를 보일 수 있었다. 보통 상근예비역, 혹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한 선수들은 복귀 첫 시즌을 날리는 경우가 많지만 절제된 생활 속에 철저한 준비를 마친 정우람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정우람은 복귀 첫 시즌인 올해 17일까지 21경기에 나가 3승1패10홀드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 중이다. 15이닝 이상을 소화한 불펜 투수 중에서는 피안타율(.111)과 승계주자 실점 허용률(5.9%)가 가장 낮다. 복귀 첫 해부터 ‘최고의 불펜 투수’라는 명성을 되찾았다. 올 시즌이 끝나고 행사할 프리에이전트(FA) 권한은 대박이 예상된다. 안지만이 가지고 있는 불펜 투수 최고액(4년 65억 원)은 넘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달콤한 열매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정우람의 남모를 2년과 노력이 만든 합당한 대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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