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의 인기 스타는 마윈(馬雲·51) 알리바바그룹 회장이었다. 한 시간 동안 오찬을 겸한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30년간 IT(정보 기술)가 아닌 DT(데이터 기술)가 주도하는 시장이 열렸다면서 이 같은 시대에는 ‘청년’과 ‘여성’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또 대규모 인프라를 보유한 대기업의 기득권은 사라지고, 중소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키 162㎝의 경영 거인(巨人)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영어 연설을 하자 숨죽여 경청하던 객석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

"청년·여성·中企가 미래 키워드"

마 회장은 "나는 별로 잘생기지도 않았고, 백그라운드도 좋지 않고, 돈도 별로 없었다"면서 "눈먼 사람이 눈먼 호랑이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마 회장은 사업을 처음 시작한 16년 전 막막했던 시절을 겸손하게 표현하며 운을 뗀 것이다.

알리바바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키운 마윈 회장은 19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는 IT(정보기술)가 저물고 DT(데이터 기술) 혁명에 기반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어 교사 출신인 마 회장은 영어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이 '새우잡이'로 성공한 대목을 언급하면서 "고래잡이로 돈 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새우잡이의 꿈을 10년 지키면 돈을 번다"고도 했다. 알리바바가 IT 기반이 척박한 중국에서 전자상거래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3만4000명 직원의 평균 연령이 27세이고, 경영진의 99%는 1970~80년대생이라며 '청년의 꿈'을 키우는 기업과 국가가 성공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해학을 섞어서 표현했다.

"청년들에게 오늘은 힘들고 내일은 더 힘듭니다. 하지만 모레는 아름다울 거예요. 모레에는 많은 사람이 사라지고 청년들은 남을 것이니까요."

그는 "TV, 라디오와 함께 성장한 아날로그 세대는 앞으로 동시대 기업이 아닌 인터넷 세대와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체 직원의 49%, 경영진의 35%가 여성이라고 소개하면서 "남자는 회의장에서 서로 경쟁하고 싸운다. 반대로 여성끼리 토론하면 매우 논리적이고 편안하게 대화가 이뤄진다"고도 했다. 경청할 줄 아는 여성의 능력이 IT 기업에서 고객을 위한 사용자 환경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고객 경청하는 기업이 두렵다"

19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 조양호(왼쪽) 대한항공 회장과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나란히 앉아 비슷한 포즈로 연설을 듣고 있다.

마 회장은 앞으로 30년간 디지털 시장은 'DT 혁명'에 기반한 중소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면서 "저는 기술이 뛰어난 경쟁자는 두렵지 않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를 더 많이 경청하는 기업이 정말로 두렵다"고도 했다. 인터넷이 개발된 지난 20년간은 대규모 IT 장비를 갖춘 다국적기업이 지배했지만, 앞으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배워야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재산이 356억달러(약 39조원)로 중국 부자 1위, 세계 부자 15위인 마 회장은 작년 말 "누가 더 나은 자선사업을 벌일 수 있을지를 두고 빌 게이츠와 경쟁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는 "(막대한 재산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사회가 나를 믿기 때문에 관리하라고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빌 게이츠가 자선사업 하면서 흰머리가 늘었다"면서 "돈을 버는 것보다 제대로 쓰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사회공헌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고용 창출, 중소기업 육성, 환경·보건문제 해결이 사회적 역할을 위한 회사의 세 가지 핵심 축"이라고 했다. 연설이 끝나자 청중이 줄 지어 악수와 사진 촬영을 청했다. 마 회장과 식사한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는 "시종일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 회장이 뼛속까지 비즈니스맨이라고 느껴졌다"고 했다.

〈ALC 특별취재단〉 박정훈 편집국 부국장, 선우정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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