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년이 지났다. 사고 직후 우리 사회는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사회 전반에 획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집약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그런데도 도로, 철도, 주택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안전에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건설업 분야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안타깝다. 과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등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여전한 게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건설물은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이 이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답답하다. 정부는 각종 대형 공공 건설 사업에서 예산 절감을 이유로 가격 경쟁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저가 입찰 방식은 건설사들의 출혈 수주를 불러온다. 이 출혈 수주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시설물 건설의 품질과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공공 건설 입찰에서 건설사들의 저가 낙찰을 유도한 것은 최저가 낙찰제와 실적 공사비 제도였다. 예를 들면 정부가 예정했던 공사비 100억원짜리 공사가 최저가 낙찰제로 발주되면 낙찰률 73%인(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평균 낙찰률 기준) 73억원에서 낙찰자가 결정되고, 이 73억원은 다음 발주 공사의 시장가격이 된다. 그럼 결국 다음 공사는 그 73%인 53억원에 낙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식이다.
물론 정부도 실적 공사비 제도를 표준 시장 단가제로, 최저가 낙찰제를 종합 심사 낙찰제로 명칭을 바꾸어 저가 낙찰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재정적 한계, 건설 공기업들의 부채, 물량 배분 문제 등으로 '가격 경쟁'에 기반한 정책 기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국가가 예산을 아껴 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예산 절감을 이유로 터무니없는 가격에 공사를 맡기는 행위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망각하는 것이다. 자칫 공공시설물의 부실시공과 사고로 이어질 경우, 인명 손실은 물론 생산 과정에서 절감한 예산을 훨씬 뛰어넘는 사고 처리 비용이 국민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가격 흥정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