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2|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박철 옮김|시공사|908쪽|1만8000원

세르반테스는 1605년 '돈키호테'를 발표했다. 그는 10년 만에 '돈키호테' 2편을 세상에 내놓았다. 박철 외국어대 교수가 2004년 1편을 우리말로 완역한 데 이어 10년 만에 2편 번역본을 냈다. 박 교수는 "2편에서 돈키호테는 이른바 사색의 광기를 더해가면서 시야를 점점 더 넓혀가는 한편 행동에 있어서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바뀐다"고 풀이했다.

돈키호테는 2편에서도 소설 속의 기사(騎士)를 찬양하고 그들을 모방해 또 모험에 나선다. 돈키호테의 기사 흉내는 이상(理想)과 영웅을 잃은 현실 비판을 담고 있다.

돈키호테는 현실의 기사들이 용기를 잃은 채 사치와 무능에 빠져 있다고 꾸짖는다. 그는 잃어버린 기사도(騎士道) 정신을 되찾기 위해 모험에 나선다. 돈키호테는 자신의 미치광이 노릇이 지닌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묘한 미치광이'다. 그는 "연극에서 가장 재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어릿광대 역인데, 바보스럽게 보이려는 사람이 사려 깊은 자로 여겨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오"라고 설파한다. 돈키호테는 광인이었지만, 정상인들이 보지 못하는 진실을 깨닫는 현자(賢者)이기도 한 것이다.

2편에서 돈키호테는 점차 환상에서 깨어난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선 논리정연하게 말한다. 그가 죽자 사람들은 묘비에 '미쳐서 살고 제정신이 들어 죽었노라'고 새긴다. 세르반테스는 소설 끝부분에서 이렇게 썼다. "돈키호테는 오직 나를 위해 태어났고, 나는 그를 위해 태어났다. 그는 행동할 줄 알았으며, 나는 그것을 이야기로 쓸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