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스모음(치마속 몰카)’ ‘버스 떡실신녀 몰카’ ‘꽐라X 화장실 몰카’ ‘일반인도촬’…

인터넷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몰래카메라 동영상 제목들이다. ‘워터파크 몰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몰카 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났지만, 몰카 범죄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범죄가 됐다.

각종 음란물 사이트에는 화장실, 지하철, 거리 등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몰카 동영상이 하루하루 새롭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몰카 동영상에는 댓글을 달면서 ‘관음증(觀淫症)’을 충족시키며 공범(共犯)이 되고 있다. 급기야 6일(현지 시각) 30대 한국인 남성이 대만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 경찰에 체포됐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지난달 말 워터파크 등에서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최모씨.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에서 몰카 구입이 가능하고, 스마트폰 촬영이 쉬워지면서 이제는 학생·회사원·전문직까지 몰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판결문 등을 통해 그 실태를 들여다봤다.

평소 인터넷에서 ‘야동’ ‘몰카’를 즐기던 30대 일용직 A씨는 보는 데서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몰카를 찍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몰카의 일종인 USB카메라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간호사실 선반 위에 몰카를 설치해 간호사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촬영했다. 또 간호사 화장실 변기 위 선반에 몰카를 설치해 화장실 이용 모습을 몰래 찍다 경찰에 붙잡혀 기소됐다.

모 방송국에서 촬영관련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던 B씨는 지난해 9월부터 지하철 1호선에서 ‘키형 캠코더’를 여성 치마 속에 집어넣어 촬영했다. 키형 캠코더는 자동차 열쇠처럼 생긴 카메라로 방송국에서 잠입 취재 때 주로 사용하는 몰카다. 그는 석 달 동안 600회 넘게 여성 치마 속을 몰래 들춰봤다. 그는 1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 '몰카범’이 길거리에서 여성들의 뒷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진. 법원에서 허벅지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사진은 유죄, 몸매가 덜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사진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30대 초반 의사 C씨는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 위해 누워 있던 여성의 중요 부위를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해오다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년 동안 지하철, 버스정류장, 편의점, 병원진료실, 화장실, 커피숍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몰카를 들이댔고, 일부 동영상은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돌려보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제 교사로 근무하던 D씨는 울산의 모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2학년 여학생 교복 치마 속을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등 24차례 걸쳐 여학생 하체 부위와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피해자를 가르쳤던 교사로서 피해자들을 지도 인솔해야 할 지위에 있는데도 이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D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단독 사건을 맡고 있는 판사는 “몰카 범죄 피고인은 멀쩡하게 직장을 다니는 일반인이 대부분”이라며 “마약 범죄처럼 호기심이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몰카 범죄뿐만 아니라 연인 사이에서 성관계 모습을 몰래 촬영해 유포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연인이었던 남녀가 헤어진 뒤 상대방에 대한 보복심리로 이를 유포하는 경우다.

회사원 E씨는 SNS를 통해 만난 여성과 6개월 가까이 연인으로 지냈다. E씨는 여자친구와 성관계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졌고, 여자친구가 다른 남성과 SNS를 주고받는 모습에 화가 난 E씨는 성관계 동영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했다. 설령 성관계 동영상 촬영에 합의했더라도 상대방 의사에 반해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면 형사처벌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몰카)' 범죄는 2010년에는 1134건 발생했다.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6623건까지 늘었다. 4년 새 6배 가까이 늘면서 하루에 18건의 몰카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살인이나 강도 등 다른 강력범죄는 정체되거나 감소 추세이지만 성(性) 관련 범죄만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에 이 같은 몰카 동영상이 버젓이 올라와도 형사 처벌이 쉽지 않다. 인터넷 사이트가 해외에 개설된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 수사 당국이 손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음란물 사이트로 분류해 접속을 차단해도 한두 시간이면 인터넷 사이트 주소를 변경해 다시 운영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음란물이나 몰카 동영상 유포로 해외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를 수사 해보려 했지만 법률상으로 불가능하더라”고 말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달 31일 “카메라의 모습을 띠지 않은 카메라, 변형된 카메라의 생산과 소지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몰카 생산이나 소재 자체만으로 형사처벌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