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한우 고깃집으로 회식을 간 날, 한 신입사원이 "저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입니다" 라는 말을 하며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점심시간에 삼계탕을 먹으러 갔는데, 이 신입사원이 삼계탕은 맛있게 먹는 게 아닌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채식주의자라더니만 다 뻥이네"라며 핀잔을 주는 사람이 있진 않았을까.

감자로 만든 푸아그라·우유 없는 빵… '비건'에 열광하는 유럽

때에 따라선 소고기·돼지고기 먹어도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에도 단계가 있다. 크게는 베지테리언과 세미 베지테리언처럼 2단계로 나눌 수 있고, 세분화 하면 10단계도 넘을 수 있다. 여기에서는 대략 8단계로 나눠서 정의해봤다.
프루테리언(fruitarian)은 극단적 채식주의자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의 생명도 존중하여 식물의 생명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땅에 떨어진 열매만 먹는다. 비건(vegan)은 완전 채식주의자다.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동물의 알·꿀 등 동물에게서 얻은 식품을 일절 거부하고, 식물성 식품만 먹는다.
락토 베지테리언, 오보 베지테리언,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을 쉽게 구분하려면 단어 뜻을 이해하면 된다. 라틴어로 락토(lacto)는 '우유', 오보(ovo)는 '달걀'이다. 락토 베지테리언(lacto-vegetarian)은 육류·생선·달걀은 먹지 않고 우유은 먹는 반면, 오보 베지테리언(ovo-vegetarian)은 육류·생선·우유는 먹지 않지만 달걀은 먹는다. 락토-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vegetarian)은 육류·생선은 먹지 않고, 달걀과 우유는 먹는다.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은 육류는 먹지 않지만 생선·달걀· 우유는 먹는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s)은 우유·달걀·생선·닭고기까지는 먹는 준 채식주의자이고,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은 채식을 하지만 아주 가끔 육식을 겸하는 준채식주의자다.

채식주의와 관련한 Q&A 3가지

Q.

채식을 하면 무조건 살이 빠진다?

A.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채식은 다이어트 식단이 아니다. 물론 육식을 했을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비만의 위험이 덜하다. 채식은 무조건적인 체중 감량보다는 적정 체중을 유지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채식주의자 NFL 선수 데이비드 카터
Q.

채식으로 전환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A.
오랫동안 고기를 먹어온 사람이 갑자기 고기를 끊으면 기력이 떨어지거나 어지러운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금단현상을 보이는 것과 같은 현상. 식습관이 바뀔 때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몸이 바뀌게 되면 이런 증상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Q.

성장기 채식은 안 좋다?

A. 여기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우선 성장기 아이들에게 채식은 좋지 않다는 입장이 있다. 새로운 조직의 생성이 필요한 성장기 아이들은 철분과 필수아미노산의 섭취가 중요하다.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에는 하나 또는 둘 이상의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하다. 고기에는 모든 필수아미노산이 충분히 들어 있기 때문에 고기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채식만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엄마의 모유에는 단백질이 5% 정도 함유되어 있고 현미는 8%, 잡곡은 8~15%를 함유하고 있다. 즉, 곡류 섭취만 잘해도 체내에 필요한 단백질량이 보충된다는 것. 오히려 채식을 통해 체내 불필요한 지방이나 탄수화물의 축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채식을 하면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 4가지와 보충법

단백질
단백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로 성장발달·근육발달·면역체계·심장과 호흡기 기능에 필수적이다. 채식주의자가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콩류·두부·땅콩·시금치 등을 섭취하면 된다.
철분
콩이나 채소에 함유된 철분은 붉은 고기의 철분처럼 몸에 잘 흡수되지 않아 철분 결핍이 오기 쉽다. 따라서 철분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 C가 풍부한 고추와 철분이 풍부한 시금치를 같이 먹는 식이다. 혹은 철분이 풍부한 식사를 한 후에 키위나 오렌지 같은 과일을 먹어도 좋다.
비타민B12
주로 육류로만 섭취하는 비타민 B12는 채식주의자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다. 채식을 하면서 비타민B12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유제품·달걀·해조류 등을 많이 섭취하면 된다.
오메가3 지방산(epa와 dha)
오메가3지방산은 몸에서 필요로 하지만 자체적인 생산이 불가능한 필수지방산이다. 일반인들은 청어·연어·고등어 등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한 식품을 섭취해야 이를 보충할 수 있다. 생선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은 들기름을 먹으면 부족한 오메가3지방산을 채울 수 있다. 또는 이 성분이 함유된 건강식품이나 보조제를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채식하는 韓·美스타들, 그리고 그 이유

(왼쪽부터)이효리, 송일국, 이하늬

유기견 돕다 채식하게 된 이효리
이효리는 2011년초부터 동물보호단체 회원으로 유기동물보호소 자원봉사활동을 하다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게 됐다. 모피 또한 입지않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

동생을 위해 채식을 선택한 이하늬
이하늬는 태어날 때부터 단백질 분해 능력이 떨어져서 고기를 먹지 못하는 동생을 안타깝게 여기며 자랐다. 스무살이 된 후 생각하는 것과 사는 게 같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채식을 선택했다. 

다이어트와 건강 때문에 채식을 시작한 송일국
송일국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스물다섯살 때까지 105kg에 달하는 거구였다. 연기자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운동과 식단 조절을 했지만, 살이 찌는 체질로 인해 번번이 다이어트에 실패했다고 한다. 이후 채식을 선택하며 현재의 몸을 유지하고 있다.

(왼쪽부터) 앤 해서웨이, 토비 맥과이어, 폴 매카트니

체질 때문에 채식을 하는 앤 해서웨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는 선천적으로 유당을 분해하는 락타아제가 분비되지 않는 체질. 우유 및 유제품을 먹을 수 없기에 채식주의를 선택했는데 채식을 하고부터 체중 조절에 신경 쓰지 않게 되고 피부도 좋아졌단다.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하는 토비 맥과이어
햄버거를 먹다가 고기에 들어간 동물들의 모습이 떠올라 식습관을 바꿨다는 토비 맥과이어. 동물과 음식을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는 그는 '스파이더맨'을 촬영하기 위해 근육을 키울 때도 채식 식단과 운동으로 완벽한 몸을 만들었다.

경험 때문에 채식하는 폴 매카트니
처참하고 잔인한 도축 장면을 목격하고 채식을 선택한 그. "고기에 담긴 생명의 공포까지 먹어야 하나"라는 말로 육식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