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에 큰 의미 부여 안해…남북관계 계속 끔찍한 상황"
"日, 헌법개정 우려할 필요 없어…전작권 전환, 상당히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

전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나라 미국과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한국은 확실히 외교적 시험대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의 우방국(友邦國)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달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당장 미국에서는 '중국 경사(傾斜·기울어짐)론' 우려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카드를 통해 중국경사론을 불식하고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국제사회에 재확인시켰다. 박 대통령은 방미 기간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강조하면서 한미 동맹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라는 언급도 했다.

주요 2개국(G2)이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무난하게 펼쳤다는 칭찬이 무색하게 한국은 다시 미중이 첨예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남중국해 문제의 한가운데에 섰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보다 분명한 입장 표명과 적극적인 역할을 우회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애써 거리 두기에 나서는 한편 원칙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공간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다.

남중국해 문제 외에도 미중의 또 다른 화약고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도 향후 우리 정부의 험난한 외교적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만난 사실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미어샤이머 교수가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은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자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적고 상대가 중국이라 대응하기 어려운데 한국은 (이 지역에서)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 외교를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모든 국가는 자국 영향력 확대만을 위해 움직인다' '모든 국가는 타 국가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협력이 어렵다'는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neorealism)를 주창한 석학이다. 조선비즈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를 지난 23일 만났다. 정부 관계자가 아닌 언론 종사자를 만나 말을 고를 여지가 적어서였을까.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국이 처한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분석했다.

◆ "한국의 생존, 미국과의 동맹 유지하는데 달려있어"

그는 단호했다. G2라는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에게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선택에 대한 정답은 태평양이라는 대양(大洋)을 사이에 두고 있어 지정학적으로 침략의 위험과 이유가 없는 미국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국은 현재 이런 상황"이라면서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과 점점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지는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화살'을 비유로 들었다. "안보 화살은 한 쪽(미국)을 가리키지만, 경제 화살은 다른 곳(중국)을 가리킨다. 물론 한국이 경제적 측면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면 중국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면서도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점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을 때, 즉 경제적 협력과 안보 협력 사이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고르라고 하면 어느 쪽을 우선으로 둬야 할까"라면서 "내 답은 미국이다. 그 이유는 국가의 안보가 경제적 번영보다 언제나 상위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살은 한 방향이다. 화살처럼 그의 말에도 '중간'은 없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어떤 한국사람들은 미국과 동맹을 맺을 필요가 없고, 혹은 그 강도를 줄이고,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일견 맞는 말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특히 동아시아에서의 안보경쟁은 매년 더 심해지고 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결국에는 한국은 선택을 강요 받게 될 것"이라면서 "그 날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보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과의 대결에서 미국과 동맹을 맺도록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생존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데 달려있다"고 말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무정부상태의 국제질서하에서 주권을 보유한 각국은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모든 국가가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국제질서하에서 각국은 스스로의 힘 이외에 다른 제도나 기구에 안보를 맡기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가 주창하는 공격적 현실주의 하에서는 국가의 관심은 오로지 국가의 생존에 달려있다. 국가는 매번 ‘죄수의 딜레마’의 상황에 놓여져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그가 왜 유독 미국과의 동맹만은 '백익무해'한 것처럼 강조하는 것일까.

미어샤이머 교수는 "팩트(fact)는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6000마일 이상 떨어져 있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의도 파악은 지정학적인 요건을 보면 된다. 미국은 아시아를 점령하려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남한에 정치력을 행사하려 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지역 외 행위자'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면에 중국은 '지역 내 거대국'으로 한국 바로 옆 집에 사는 나라"라면서 "중국은 미국과 다르게 지역을 지배하려는, 또 한국의 정치를 장악하려는 잠재적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다시 말하지만 한국과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의 국가들이 중국이 아닌 미국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는 지정학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中, 북한 무너지면 남한이 한반도 끝자락 차지하게 두지 않을 것"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한 정권이 무너져 통일이 되는 상황이 오면 중국이 '통일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았다.

그는 "북한이 무너진다면 중국은 남한이 북한 지역을 차지해 다시 통일하게 두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이유는 그렇게 되면 압록강, 한반도의 끝자락까지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인데 내 생각에 그것은 중국에서 받아들이지 못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신호가 보이면 중국은 매우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면서 "중국은 어떤 대체정부가 들어서든지 간에 남한과 미국의 정치와 비슷한 정권이 아닌 중국의 정권과 비슷한 정권을 들어서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6·25 전쟁의 경험으로부터 알 수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미국의 영향 아래 두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중국은 다시 그런 상황을 맞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산가족 상봉, 남북관계 의미있는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의미 아냐"

미어샤이머 교수는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최근 북한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이 진행됐지만 이는 남북관계 개선에 의미있는 진전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산가족들이 만나게 된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이벤트는 아주 미약한 발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에 있어 매우 작은 부분일뿐"이라면서 "내 생각에 (현재) 남북관계는 끔찍하다. 서울(남한)과 평양(북한)은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이산가족 상봉의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증거도 없으며 이번 행사가 남한과 북한 관계에 있어 의미있는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도 없다"면서 "따라서 난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매우 어렸을 때, 물론 상당히 오래전 일이지만 그 때부터 남북관계는 계속 끔찍했다"며 "남한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개선되지 않았다. 내 의견이 잘못되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남북간 관계 개선에 대한 어떤 확실한 증거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北, 경제 어려워져도 核 포기하지 않을 것"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냉정한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 때문에 미국과의 동맹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북한 역시 생존을 위해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적하고 싶은 점은 북한은 경제가 어려워져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남한이 생존의 이유로 미국과의 동맹을 포기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사실)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동맹관계가 깊지 않기 때문에 자국의 안보를 확보할 방법은 핵무기 뿐"이라면서 "생존을 걱정하는 북한 정권과 북한 사람들에게 핵무기를 보유하는 건 생존을 위한 좋은 이유"라고 했다.

과거 미국이 독재국가들을 상대로 보였던 모습도 북한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은 리비아의 카다피에게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그의 안위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카다피는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한 이후 지금은 죽었다”며 "북한은 이를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북한은 미국을 믿지 않는다. 북한은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보다 갖고 있는 것이 이익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이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이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 등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핵심 이슈는 여전히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 제공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의 핵심 이슈는 미국이 어떻게 한국에 핵 억지력을 제공하느냐의 문제"라면서 "한국은 핵무기가 없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데, 문제는 미국의 핵무기가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대한 억지력을 가지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냉전 중에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를 한국에 배치해 (대북·대중) 핵 억지력을 갖고 있었지만 멍청하게도(foolish) 냉전 이후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남한에서 철수시켰다"라면서 "내 생각에는 이는 시간을 두고 (한미에) 심각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언급은 미국 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과 맥을 같이 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국신안보센터(CNAS), 국립공공정책연구소(NIPP) 등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들은 최근 북한 핵 공격에 대비해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2025년 이후 전진 배치해야 한다고 미 정부에 권고하는 보고서를 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 "日, 보통국가화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對中 억지력' 생기는 좋은 일"

미어샤이머 교수는 일본이 '보통국가'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보통국가화란 평화헌법 하에서 교전권을 포기한 일본이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군사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최근 자위대의 행동반경을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여 한국과 중국 등의 우려를 사고 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국인들이 일본의 보통국가화 움직임에 왜 우려를 하는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일본이 다시 한반도를 점령하거나 위협이 될 만한 일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이 한국을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이 (한국이 아닌) 북한을 위협하고 공격하려고 해도 한국과 미국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북한 영역 진입에 대해 한국 정부의 동의를 받는 문제를 두고 한일 정부간 입장이 엇갈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은 한국 허가 없이 북한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못 받아들이는 문제는 둘째치고 한반도 전체를 주권지역으로 생각하는 한국인들도 받아들이지 못할 상황"이라면서 "일본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주변의 위협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은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반면 과거에 비해 일본은 어떤 면에서 축소됐다"며 "그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중국을 봉쇄하기(contain) 위한 억지력이 더 생긴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 "전작권, 민감한 문제…유사시 한미 모두 '운전석'에 앉고 싶어할 것"

미어샤이머 교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한 평을 내놨다. 그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어떤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패권국가로서) 미국이 담당하고 싶어한다"며 "미국은 운전석에 앉아서 통제하려 할 것이다. 같은 문제가 한국(의 사례)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소요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은 한국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지만, 한국은 자신의 관점에서 (한국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원하고 미국이 한국을 따르길 원할 것"이라면서 "여기에 충돌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게 있어 미군은 핵 억지력 때문에 중요한데, 북한은 남한이 핵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 대한 통제권을 잃으면 미국의 핵 억지력을 한국이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전작권 환수 문제는 상당히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라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