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향하는 종착역은 바로 교도소다. 말 그대로 교도(矯導)소는 형 확정 판결을 받은 기결수들을 모아놓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곳이다. 기자는 1일짜리 징역형을 확정받고 서울남부교도소 수용 체험 행사에 참가했다. 조선비즈는 서울남부교도소에서의 경험담과 달라진 교도 행정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7010번 허욱. 주민등록번호는 81XXXX-10XXXXX입니다.”
10월 26일 오전 10시 서울 천왕동에 있는 서울남부교도소 신입 수용자 대기실. 교도관이 앞에 앉은 신입들을 상대로 신원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기자가 입은 옥색 수의 오른쪽 가슴엔 ‘7010’(수용자 식별번호), 왼쪽엔 ‘3중3’(수용 3동, 상·중·하층 가운데 중층, 3호실)이 적혀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은 이미 ‘영치’됐다.
형이 확정된 기결수들을 교도소에서 처음 맞이하는 곳은 신입 수용자 대기실이다. 대기실 한 가운데에 갈색 의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실 벽면에 마련된 탈의실은 수용자가 교도관의 수색을 받는 공간이다. 탈의실 안에 들어가니 교도관이 몸을 훑기 시작했다. 교도관의 양손이 발목, 무릎, 허리, 겨드랑이까지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은 약식으로 합니다”라고 교도관이 말했다.
대기실 뒤쪽엔 수용자 항문을 검사하는 디지털 장비도 놓여져 있다. 예전엔 교도관들이 ‘두 눈으로’ 직접 일일이 검사했다.
왼쪽엔 샤워장도 있다. 실제 수용자들은 반드시 샤워를 마쳐야 한다. 그곳에서 기자는 모포 2장, 수건과 세면도구, 크기가 다른 하얀 플라스틱 그릇 3개, 초록색 플라스틱 수저를 지급 받았다. 그리고 다른 동료 신입 수용자들과 함께 ‘감방’으로 향했다.
기자는 이날 법무부 교정의 날 7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수용자 체험 행사에 참가했다. 법무부가 외부인에게 최초로 교도소 안 수용 거실 체험을 허락했다. 만 하루 동안 입소에서 퇴소까지의 모든 절차를 압축적으로 경험했다.
◆ 투명 유리 탓 훤히 보이는 화장실
교도소 체험에 대한 막연한 설렘은 곧 무력감으로 변해갔다. 냉기로 가득한 12.01㎡(약 3.6평) 방 안에서 기자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함께 수용된 동료 3명도 말문이 닫혔다.
복도 쪽과 맞은 편 창문은 모두 쇠창살로 막혀 있다. 15인치 남짓한 LED(발광다이오드) 텔레비전이 한쪽 벽면에 붙어있고, 그 아래 5명이 쓸 수 있는 관물함이 놓여있다. 기자가 수용된 혼거실(여러 명이 함께 수용되는 방)은 원래 5명이 사용하는데, 최대 7명을 수용하기도 한다. 모두가 눕기엔 턱없이 비좁을 듯 했다.
텔레비전 반대 편에는 화장실과 싱크대가 있다. 화장실 내부는 밖에서 훤히 들여다 보인다. 성인 남자 허리 높이까지 모두 투명 아크릴 유리 벽으로 만들었다. 수용자가 화장실 안에서 돌발 행동을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수세(水洗)식 양변기 위에 앉아보니 텔레비전 시청도 할 수 있을 정도다. 변기 옆엔 쪼그려 세수할 수 있을 정도 위치에 수도꼭지가 붙어있다. ‘오늘 하루는 화장실 쓰지 않고 버티자’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 식대 1386원 짜리 밥이지만…’먹을만 해’
‘드르륵...드르륵…’
오전 11시 30분쯤 점심 시간이 됐다. 배식 도우미(교도소 안에서 배식을 돕는 실제 수용자) 두 명이 밥, 국, 반찬을 실은 수레를 끌고 방 앞에 섰다. 식사는 쇠창살 아래 가로 30㎝, 세로 20㎝ 정도 공간을 통해 건넨 용기(容器)에 담겨졌다. 네모난 상을 펼치고 각자 그릇에 옮겨 밥과 국을 옮겨 담았다. 메뉴는 흰쌀밥, 근대 된장국 그리고 제육볶음, 깻잎, 김치다.
교도소 한끼 식대는 1386원에 불과하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따뜻한 밥을 먹으니 발이 시릴 정도로 얼어붙은 몸이 조금 녹았다. 10분이 지났을까. 배식 도우미가 잔반을 수거하러 돌아왔다. 동료들은 잔반을 급히 용기에 담고 네모난 틈 사이로 건넸다.
동료 한 명이 나서 설거지를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나만 신입이었다면 설거지는 내 차지가 됐겠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동료에게 ‘수고 많다’는 말을 건네며 눈길을 한달 치 식사 메뉴를 적은 표로 돌렸다. 이날 저녁 메뉴는 흰쌀밥과 김치두부찌개, 꽁치구이, 김치였다.
◆ 추위에 ‘덜덜’...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
교도관이 인원 점검을 실시하자 멀리 다른 방에서부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둘, 셋, 넷, 번호끝!’
동료들과 2열 종대 차렷 자세로 앉아 점검을 받았다. 저녁 6시부터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다. 법무부 교정본부의 통제에 따라 저녁 7시 뉴스와 아이와 아빠가 함께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등을 봤다.
오전 입소 때부터 가득했던 냉기는 저녁 때 더 심하게 느껴졌다. 수용자와 같은 경험을 해보겠다며 시린 발을 그대로 뒀던 기자의 호기 어린 마음도 이내 무너졌다. 가지런히 쌓아뒀던 모포를 가져와 바닥에 깔고 앉아 텔레비전에 집중했다.
서울남부교도소는 대한민국 교도소 중 가장 좋은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다. 교도소 관계자는 “남부교도소가 5성급이라면 다른 교도소들은 대부분 3성급 이하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5성급 교도소’도 춥고 갑갑한 건 마찬가지였다. 갈수록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저녁 8시 30분쯤 출소 절차가 진행됐다. 원래 수용자는 첫 차 시간에 맞춰 오전 5시에 출소한다. 교도소 관계자가 “30분 일찍 특별 가석방을 시키겠다”며 “수용생활하느라 고생 많았고, 앞으로 열심히 살아달라”고 했다. 교도소 밖 늦가을 밤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