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일기라는 웹툰 읽어봤나. 실감 나던데...”
최근 오랜만에 만난 수도권 지역 한 법원판사가 불쑥 한 웹툰 얘기를 꺼냈다. 이를 계기로 접하게 된 10부작 웹툰 ‘교도소 일기’는 지난달 26일 서울남부교도소 1일 체험에 앞서 교도소 안 세상을 엿보게 해줬다.
만화는 작가가 구치소에 입소하게 된 과정과 교도소 안에서 벌어진 일, 출소할 때 모습을 비교적 상세히 묘사했다. 그러나 만화 내용과 다른 교도소 안 실제 모습들도 있었다. 만화에 등장한 장면과 실제 교도소 모습의 차이점과 닮은 점을 소개한다.
◆ 초록색 플라스틱 수저 세트
교도소 입소 절차를 밟던 중 초록색 수저 세트를 지급 받았다. 만화에서 묘사된 것과 똑같다. 젓가락 굵기는 생각보다 두꺼운데 길이는 보통 젓가락에 비해 짧은 편이다. 새 연필 자루 길이보다도 짧은 듯했다. 숟가락은 젓가락에 비해 당연히 더 짧다. 손이 큰 수용자는 상대적으로 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식사 때 불편함 정도는 혹시 모를 수용자의 돌발 행동을 막으려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 ‘하루 30분’ 수용자 운동하는 모습…‘빙글빙글’
만화는 교도소 안 운동장에 대해 ‘별거 없고, 엉성한 운동기구 몇 개, 화장실, 철조망, 교도관 끝’이라고 설명한다. 또 수용자의 운동 모습을 ‘햄스터처럼 빙글빙글 30분 동안 3,4명씩 짝지어 천천히 걸으며 수다를 떠는 경우가 많다’고 묘사한다.
서울남부교도소에서 두 눈으로 바라 본 실제 수용자들의 모습은 만화에서 묘사된 장면과 일치했다. 기자는 이날 오후 3시쯤 복도 반대편 창가를 바라보다 노인 수용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도소는 65세 이상 수용자들을 따로 모아 관리한다.
이들이 운동한 곳은 가로 10m, 세로 50m 정도 크기의 작은 운동장이다. 운동장은 붉은 벽돌 교도소 건물에 둘러싸여 바깥에선 이들이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오직 교도소 안에서만 보인다.
눈에 들어온 수용자들은 50여명 정도였다. 대부분 두세명씩 짝지어 큰 걸음으로 부족한 운동량을 채웠다. 허리가 굽어 지팡이에 의지해 걷는 수용자, 30분 내내 쉼없이 뛰는 백발의 수용자도 있었다. 수용자가 방 안에서 운동하는 것은 교도소 금지 사항이다.
서울남부교도소에는 가로, 세로 길이가 70m 정도되는 정사각형 모양의 대운동장도 있다. 대운동장은 상대적으로 시설이 좋은 편이다. 족구장 3개와 농구 골대 하나가 설치돼 있다. 교도소 관계자는 “보통 수용자에게 하루 30분씩 운동장에 나올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했다.
◆ 수용자가 독방을 피한다는 것은 진실일까
만화에 등장하는 이른바 ‘방장’(교도소 방 안 권력자)은 방 안에서 운동하다 걸리자 독방으로 갈까봐 걱정한다. 수용자들은 정말 독방으로 가길 두려워할까.
진실은 독방에 대한 개념 정의에 따라 다르다. 독방은 두 가지로 나뉜다. 그냥 홀로 지낼 수 있는 독거실과 혼자 머물며 별도 징계를 받는 징벌실이다.
교도소 관계자는 “보통 독거실이 인기가 많은 편이다. 모범적인 생활로 점수가 쌓이면 독거실로 향할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혼자 방을 쓰는 것이 다른 수용자와 좁은 방안에서 부딪힐 일 없고 편하다는 것이다.
서울남부교도소는 모두 554개 방이 있는데 이 중 독거실은 333개다. 교도소 관계자는 “현재 빈방이 없다. 독거실 체험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징벌실은 얘기가 다르다. 수용자는 교도소 내 폭력행위 등 규율 위반시 징벌실로 향한다. ‘독방’의 진정한 의미는 ‘징벌실’인 셈이다.
기자는 징벌실 ‘체험’이 아닌 ‘견학’을 요청했지만, 교도관은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 수용자는 변기 옆에서 설거지를 하나
작가는 만화에서 열악한 화장실 사용 장면을 묘사한다. 화장실이 좁아 터진 것은 물론, 설거지도 변기 옆에서 조심조심해야 한다. 수용자 처우가 우려될 정도다.
교도소로 치면 5성급인 서울남부교도소 화장실은 만화에서 묘사된 화장실 모습과 달랐다. 수세식 양변기가 설치돼 있고, 화장실 옆에 작게 나마 개수대(싱크대)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교도소는 어떨까?
설거지를 변기 옆에서 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 교도소 모습과 다르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2004년부터 모든 방안에 개수대 설치 작업을 시작해 2006년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재래식 화장실은 모두 수세식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