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애스턴 빌라는 3일(한국 시각) 토트넘에 1대3으로 패하며 프리미어리그 꼴찌인 20위(승점 4)가 됐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애스턴 빌라를 보며 가장 상심한 사람은 열혈 팬인 윌리엄 영국 왕세손이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 왕실은 축구 사랑으로 유명하다. 왕실 대부분은 아스널의 서포터로 유명하지만, 윌리엄 왕세손은 가족들과 달리 홀로 애스턴 빌라를 응원한다. 애스턴 빌라의 외투를 입고 스카프를 두른 채 경기를 관람하는 왕세손의 모습〈사진〉이 종종 보인다.
반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50년 넘게 아스널을 응원해온 거너(Gunner·아스널 팬의 별명)다. 2007년 여왕은 아스널의 선수들을 버킹엄 궁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영국 축구 역사상 클럽팀의 왕궁 방문은 전무후무하다. 당시 버킹엄 궁전 대변인은 "여왕이 아스널의 홈구장 이전식에 가지 못해 아쉬워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5월 아스널과 애스턴 빌라의 FA컵 결승전은 왕가가 응원하는 두 팀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애스턴 빌라가 0대4로 완패하는 모습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윌리엄 왕세손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스페인 왕 펠리페 6세는 마드리드를 연고로 하는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의 팬이자 명예회장이다. 아버지인 선왕 후안 카를로스 1세를 비롯해 가족 모두가 마드리드를 연고로 하는 또 다른 팀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지만, 펠리페 6세는 꿋꿋이 AT 마드리드를 지지한다. AT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는 격렬한 더비 매치로 유명한데,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 더비가 열리면 궁전에도 전선(戰線)이 그어진다'는 농담을 한다.
유럽 왕실이 모두 축구에 열광하는 건 아니다. 스웨덴의 왕 칼 구스타브 16세는 자동차 마니아다. 칼 필립 왕자도 레이싱 선수로 나설 만큼 F1(포뮬러원)의 열혈 팬이다. 필립 왕자는 2013년 전남 영암에서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