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6일 주말 도심 시위와 관련, "박근혜 정부가 살인적인 폭력 진압을 자행했다"며 시위대 폭력은 언급하지 않은 채 경찰의 진압 방식만 문제 삼았다. 그러나 문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엔 "폴리스 라인을 무너뜨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불법 시위를 비판한 적이 있어 '이중 잣대' 논란이 제기됐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60대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생존권을 요구하는 국민에게 살인적 폭력 진압을 자행했다"며 "농민들은 '밥상용 쌀을 수입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노동자들은 '쉬운 해고와 노동개악이 웬 말이냐'고 한다. 이런 말조차 할 수 없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결코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한 당직자가 "촛불 시위를 하자"고 제안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폭력 시위에 대해선 비판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시위 당일에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집회와 시위에 쇠파이프와 밧줄이 등장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지만 농민 부상 이후에는 당은 물론 문 대표도 폭력에 대해 비판하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APEC 반대 집회의 '컨테이너 벽' - 2005년 11월 APEC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부산 수영 1호교를 건너려 하자 경찰이 컨테이너로‘벽’을 만들어 저지하고 있다.
같은 盧정부때 민중대회 시위에 등장한 '경찰 차벽' - 2007년 11월 100만 민중대회 시위대가 서울시청 앞 남대문로에서 도로점거 시위를 하려 하자 경찰이 버스로‘벽’을 만들어 저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표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엔 불법 시위에 엄정한 기준을 적용했었다. 문 대표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했던 5·18 기념행사가 한총련 시위로 차질을 빚자, "집회 및 시위가 충분히 보장돼 있는데 폴리스 라인을 힘으로 무너뜨리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권리를 누리는 만큼 질서 유지의 의무가 있다"고 시위대를 비판했다. 또 그해 6월 철도노조 불법 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된 이후에는 "대화와 타협의 소지가 전혀 없었고 조기 경찰력 투입이 불가피했다"고 했었다. 2005년 전국농민대회 진압 과정에선 농민 2명이 숨지기도 했다.

현재 야당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경찰 '차벽(車壁)'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자주 사용됐었다. 2003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반미연대 집회, 2004년 서울 시청 앞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집회 및 쌀 개방 반대 집회, 2006년 한·미 FTA 반대 집회 등 최소 10여 차례 이상 등장했다. 야당은 "2009년 헌법재판소가 차벽 설치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차벽의 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봤고 다만 그 차단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시민의 시청 광장 출입까지 봉쇄한 점이 헌법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본 것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 세월호 집회 때 설치한 경찰 차벽에 대해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황교안 총리, 부상 경찰 위문 - 황교안(왼쪽)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을 찾아 주말 도심 시위대의 폭력에 부상을 당한 정숙현 경위를 위문하고 있다.

['불법시위 이중잣대' 논란 문재인 대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문 대표 측은 "폭력 시위냐 아니냐보다는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정부의 불통을 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노동자·농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사전에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과잉 대책을 세운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시위대 폭력에 침묵했다는 지적에 대해 문 대표 측은 "회의 때 프랑스 테러와 함께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극단적인 사상, 극단적인 이념, 극단적인 행동을 배격한다"며 "어떤 이유에서든지 극단과 증오를 키우는 정치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프랑스 테러가 인류에게 준 교훈"이라고 했다.

한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이날 초·재선 의원 모임에서 "미국은 폴리스 라인을 벗어나면 그냥 막 패버리는데 오히려 정당한 공권력으로 인정받는다"며 "미국에선 경찰이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 총을 쏴 시민이 죽는데, 80~90%는 정당한 것으로 나온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이런 망언을 하다니 경악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