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선호 기자]"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준비해야죠".

KIA가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마운드와 타격에서 외부보강을 준비했으나 천문학적인 거품 몸값에 발을 뺐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FA 시장에서 전력보강을 못한 KIA는 여전히 많은 숙제와 약점을 안고 있다. 이제는 현재의 전력을 극대화해서 2016시즌 전쟁을 치러야 한다.

김기태 감독의 마음은 어떨까? 그는 작년 부임했지만 스토브리그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선물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해를 넘긴 지난 3월초 볼티모어를 떠나 친정으로 돌아온 윤석민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30세이브를 따낸 윤석민 덕택에 5강 싸움을 벌였다.

지난 1일 저녁 김기태 감독에게 "내년에는 선수들이 잘하겠죠?"라는 휴대폰 문자를 보냈다.  FA시장에서 전력 보강을 못했으니 내년에는 감독과 선수들이 분발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의미가 담긴 질문성 문자였다. 응답 문자가 왔다. "제가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 잘하겠습니다"는 문구였다.

어떤 상황이 되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김 감독의 얼굴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투타에서 젊은 유망주를 주전으로 키워내거나 부진했던 선수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싸우겠다는 의지였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많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키워내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오키나와 가을 마무리 캠프에서 130kg 거구의 내야수 박진두, 신인 외야수 이진영, 4년차 강속구 투수 김윤동 등 쓸만한 새 얼굴들도 점찍어 놓았다.

김 감독은 이번 FA 시장에서 소방수를 원했다. 소방수 윤석민이 선발투수로 복귀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메우는 투수가 필요했다. 좌완보다는 우완 손승락을 원했다. 그러나 60억 원이 넘는 베팅을 했는데도 손승락의 마음을 붙들지 못했다. 구단은 그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도 손승락과의 협상과정을 듣고 "그러면 잡지 말라"며 이해했다.

김 감독은 이번에는 손승락을 원하기는 했지만 고액의 외부 FA 선수에 대해서는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는 "많은 돈을 받고 오는 것은 좋은데 다른 선수들과 위화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래서 확실하게 전력을 메워주는 FA가 아니면 손사래를 친다. 웬만한 전력누수에 대해서는 "우리 코치들이 키워서 쓰면 된다"고 말한다.

이번 FA 시장에서 한화, 롯데, LG 등 하위권 팀들이 모두 FA를 잡아 전력을 끌어올렸다. 한화는 왼손 소방수 정우람과 우완 심수창, 롯데는 손승락과 불펜요원 윤길현, LG는 포수 정상호를 영입했다. 당장 내년 4강에 도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KIA의 전력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신 바짝 차리겠다는 말에서 김기태 감독의 비장감이 엿보이는 이유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