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는 꽤 보수적인 무대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면 지도자 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면 프로에서 활약했거나, 최소한 성인무대에서 뛴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도영 감독(55)은 돌연변이다. 실업무대는 커녕 대학에서도 뛰지 못했던 이 감독은 K3 챌린저스리그 화성FC 감독직에 올랐다. 프로팀은 아니지만 선수로 족적을 남기지 못했던 이가 성인팀 지휘봉을 잡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 감독은 올해로 지도자 생활 37년차의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첫 발은 고3 때였다. 유망주였던 이 감독은 중동고 시절 허리를 다쳤다.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무리한 훈련이 화근이었다. 낙심한 이 감독은 고향 통영으로 낙향했다. 새로운 길이 열렸다. 치료하면서 모교 유영초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말그대로 천직이었다. 기본기를 강조한 이 감독의 철학은 유소년에게 딱이었다. 자신감을 얻게된 계기가 있었다. 이 감독은 "조광래 대구 사장의 스승인 김교환 선생님이 계셨다. 통영에 기술축구를 뿌리내리신 하늘 같은 분이었다. 그 분이 내가 지도하는 것을 보시더니 무심하게 '그렇게만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통영유영초를 시작으로 중동중, 수원공고, 청주운호고, 창원대방중, 함안함성중 등을 지도했다. 김도훈 박충균 김상훈 여민지 등이 그가 키운 제자다.

아이들을 지도하며 지도법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기본기를 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시작한 배경이었다. 이론서를 독파했다. 먼길도 마다하지 않으며 대한축구협회 혹은 대한체육회가 실시한 지도자 강습을 빼먹지 않았다. 그는 한국축구에서 C, B, A, P라이센스를 가장 먼저 받은 지도자다. 다행히 차별은 없었다. 오히려 풍부한 경험과 이론을 지닌 이 감독 주변에는 질문하려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로 항상 북적였다. 2008년에는 자신같은 고민을 한 후배 지도자들을 위해 대한축구협회 강사로 활약했다. 꼼꼼하게 정리한 그의 훈련법은 P코스를 거친 지도자들에게는 바이블과도 같았다.

유소년만을 전담한 이 감독에게 2009년 11월 지도자 인생 2막이 열렸다. 2000년 강습회를 함께하며 인연을 맺은 박경훈 감독이 제주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감독을 만날때마다 "언젠가 내가 감독이 되면 함께 일을 하자"고 말했던 박 감독은 곧바로 이 감독에게 수석코치직을 제안했다. 처음으로 성인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축구는 같았다. 열정적이고 분석적인 이 감독은 제주를 바꿨다. 기본을 강조한 이 감독의 지도 아래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을 장착한 제주는 2010년 준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 후 제주는 목표로 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 감독 스스로는 성인선수들에게도 자신의 지도법이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제주에서 물러난 후 협회 강사로 일하던 그에게 코치직 제안이 쏟아졌다. 이 감독은 의사결정을 스스로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거절했다. 마침내 성인팀을 이끌 기회가 왔다. 화성의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 인생 3막이 열렸다. 37년만의 일이다. 이 감독은 크지 않은 무대지만 원없이 자신만의 축구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보면 분명 꿈에 그리는 K리그 감독직에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 감독은 "나만의 축구를 하겠다. 한 팀에 철학을 만들어주고 싶다. 그간 경험은 충분히 쌓았다"며 "여기서 가능성을 확인하면 언젠가 K리그 감독을 꼭 해보고 싶다. 70세까지 지도자를 하고 싶다. 최근 분위기가 젊은 층으로 가고 있지만 나는 현대축구 흐름에 뒤쳐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도자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이들을 위해서도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선수로 성공하지 못한 무리뉴나 비야스 보아스 감독처럼 성공한 감독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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