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바둑 두는 연기를 잘하고 싶었어요. '진짜 바둑 좀 둘 줄 아는구나'라는 말을 들으려고 프로 기사의 눈빛과 자세까지 정말 열심히 배웠어요."

시청자의 관심은 삼각관계에 쏠렸지만 정작 박보검(23)은 바둑 두는 연기에 신경을 가장 많이 썼다고 했다. '국민 드라마'로 불린 tvN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그는 천재 바둑 기사이자 바둑밖에 모르는 순수 청년 '최택'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대국을 치를 땐 무서울 정도로 몰입했다가 끝나고 나면 걸을 힘도 없을 만큼 녹초가 되어버리는 그의 생생한 연기 덕에 유치원, 대학, 군대 등 곳곳에서 바둑을 배우고 싶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박보검은“사극과 액션 영화,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종영 후 출연진과 함께 푸껫으로 포상휴가를 다녀온 그는 아프리카 나미비아까지 날아가 나영석 PD와 '꽃보다 청춘'을 찍고 2일 귀국했다. 밀려드는 인터뷰와 광고 촬영에 숨돌릴 틈 없이 바쁘다.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너를 기억해', 영화 '명량' 등에 조연으로 나왔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박보검은 "외유내강형인 택이를 연기하면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니 아쉽기만 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응팔'은 극 중 덕선(혜리)의 남편 찾기로 마지막까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결국 택이가 정환(류준열)을 제치고 사랑을 쟁취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박보검도 20부작 중 19회를 찍을 때가 돼서야 자신이 '남편'이란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감독님이 '너희가 모두 주인공이니까 항상 즐겁게 촬영하라'고 말씀해주셔서 늘 설레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며 "남자가 보기에도 정말 멋진 정환이가 덕선이랑 잘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해맑고 순수해서 친구들이 지켜주고 싶어 하는 '천연기념물' 택이는 박보검의 실제 모습과도 닮아 있다. 박보검은 "늘 조용하고 진지하고 자기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나와 택이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이날 인터뷰 중에도 그는 질문 하나하나 골똘히 생각해본 뒤 또박또박 대답을 내놨다. 동료들이 입 모아 "너무 착한 게 흠"이라고 할 만큼 그는 '바른 생활 사나이'로 알려져 있다.

가장 심하게 해본 일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는 고민 끝에 "집에 밤 12시에 들어가 본 거?"라고 답했다. 최근 3500명이 모였던 팬 미팅 때는 화환도 거절하고 팬들에게 "마음만 감사히 받을 테니 저한테 선물할 돈으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스스로에게 투자했으면 좋겠다. 좋은 적금 상품 정보 있으면 같이 나누자"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저를 좋아해 주는 팬이 대부분 부모님께 용돈 받는 학생들인데 내가 뭐라고 큰 선물을 받느냐"며 "마음만으로 정말 충분하다"고 말했다.

열 살 이상 차이 나는 형·누나가 있는 그는 "늦둥이 막내로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면서 남의 감정을 금세 알아채고 고스란히 흡수하는 힘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순간적이고 복잡한 감정을 놓치지 않고 눈빛에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목표는 다른 배우들로부터 '박보검이랑 같이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는 것. "그 말 속에 참 많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