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2015년도 국회의원 후원회 모금액 및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올해에도 국회의원이 다른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주는 ‘품앗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구의 시의원이나 구의원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친노가 비노에, 친박이 비박에 '품앗이'

국회의원이 다른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일명 ‘품앗이’는 지난해 4건 있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해 8월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친노(親盧) 한명숙 전 의원은 비노(非盧)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해 9월 탈당했다. 현역 의원의 탈당은 박 의원이 처음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달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한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때 문 대표는 대법원에서 판결을 지켜본 뒤 “일련의 사건 판결들을 보면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며 한 전 총리를 감쌌다. 다만 한 전 의원이 박 의원에게 후원금을 준 시점은 2·8 전당대회를 통해 문재인 대표 체제가 출범하기 전인 1월 5일이다.

친박(親朴)계 핵심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비박(非朴)계 김영우 의원(새누리당 수석대변인)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기부한 날은 지난해 10월 1일이다. 그 전날인 9월 30일은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청와대의 문제 제기를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청와대 관계자 이름으로 이렇게 당 대표를 모욕하는 것은…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했던 날이다. 이 때 윤 의원은 청와대 정무특보였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이밖에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이 같은 당 유의동 의원에게 500만원,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은 같은 당 우윤근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지역 정치인·출신 단체가 후원

국민의당 임내현 의원(광주 북구을)은 광주 북구 장영희 의원으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포항 남구·울릉군)에게는 이해수 시의원이 500만원을 기부했다.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은 지용수 전국항운노동조합 위원장으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최 의원은 이 노조의 위원장을 지냈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으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은 의원은 이 기관에서 노사관계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을 지냈다.

의원의 가족 기업 임직원이 후원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은 스톨베르그&삼일 공병설 대표이사와 강승엽 이사, 삼일 안인수 사장과 직원 등 총 7명으로부터 29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강 의원의 아버지는 고(故) 강신우 삼일 회장이다. 강 의원도 삼일에서 부회장을 지냈고, 스톨베르그&삼일은 삼일의 계열사다. 강 의원은 현재 삼일의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삼일의 최대주주는 벽산학원인데, 벽산학원의 대표는 강 의원의 부인 추선희씨다.

드라마 '모래시계' 모델이 후원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과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에게는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회장이 각각 500만원씩 기부했다. 김광진 의원의 장인은 광주 남구 P호텔 사장이고, 여씨는 이 장인의 동생이다.

24일 새벽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필리버스터 진행을 하고 있다.

여씨는 1991년 호남 최대 폭력조직 국제PJ파의 자금책 및 고문급 간부로 지목돼 4년을 옥살이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용호 게이트’에도 연루돼 3년형을 선고받았고, 복역 중 다른 죄가 추가돼 총 8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여씨는 드라마 ‘모래시계’ 배역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당시 여씨를 검거한 검사가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그는 홍 지사가 공명심에서 누명을 씌웠고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4년 8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조폭 관련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경찰로부터 수시로 사찰을 받고 있다며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