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2015년도 국회의원 후원회 모금액 및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올해에도 국회의원이 다른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주는 ‘품앗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구의 시의원이나 구의원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친노가 비노에, 친박이 비박에 '품앗이'
국회의원이 다른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일명 ‘품앗이’는 지난해 4건 있었다.
친노(親盧) 한명숙 전 의원은 비노(非盧)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해 9월 탈당했다. 현역 의원의 탈당은 박 의원이 처음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달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한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때 문 대표는 대법원에서 판결을 지켜본 뒤 “일련의 사건 판결들을 보면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며 한 전 총리를 감쌌다. 다만 한 전 의원이 박 의원에게 후원금을 준 시점은 2·8 전당대회를 통해 문재인 대표 체제가 출범하기 전인 1월 5일이다.
친박(親朴)계 핵심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비박(非朴)계 김영우 의원(새누리당 수석대변인)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기부한 날은 지난해 10월 1일이다. 그 전날인 9월 30일은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청와대의 문제 제기를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청와대 관계자 이름으로 이렇게 당 대표를 모욕하는 것은…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했던 날이다. 이 때 윤 의원은 청와대 정무특보였다.
이밖에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이 같은 당 유의동 의원에게 500만원,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은 같은 당 우윤근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지역 정치인·출신 단체가 후원
국민의당 임내현 의원(광주 북구을)은 광주 북구 장영희 의원으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포항 남구·울릉군)에게는 이해수 시의원이 500만원을 기부했다.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은 지용수 전국항운노동조합 위원장으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최 의원은 이 노조의 위원장을 지냈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으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은 의원은 이 기관에서 노사관계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을 지냈다.
◇의원의 가족 기업 임직원이 후원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은 스톨베르그&삼일 공병설 대표이사와 강승엽 이사, 삼일 안인수 사장과 직원 등 총 7명으로부터 29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강 의원의 아버지는 고(故) 강신우 삼일 회장이다. 강 의원도 삼일에서 부회장을 지냈고, 스톨베르그&삼일은 삼일의 계열사다. 강 의원은 현재 삼일의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삼일의 최대주주는 벽산학원인데, 벽산학원의 대표는 강 의원의 부인 추선희씨다.
◇드라마 '모래시계' 모델이 후원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과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에게는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회장이 각각 500만원씩 기부했다. 김광진 의원의 장인은 광주 남구 P호텔 사장이고, 여씨는 이 장인의 동생이다.
여씨는 1991년 호남 최대 폭력조직 국제PJ파의 자금책 및 고문급 간부로 지목돼 4년을 옥살이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용호 게이트’에도 연루돼 3년형을 선고받았고, 복역 중 다른 죄가 추가돼 총 8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여씨는 드라마 ‘모래시계’ 배역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당시 여씨를 검거한 검사가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그는 홍 지사가 공명심에서 누명을 씌웠고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4년 8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조폭 관련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경찰로부터 수시로 사찰을 받고 있다며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