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2.

지난 1월 열린 다보스포럼(World Economic Forum·WEF)의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란 ICT(정보통신기술)와 제조업이 융합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보스포럼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핀테크 ▲사물인터넷(IoT) 등을 주목했다. 그밖에 ▲자율주행차 ▲3D 프린팅 ▲생명·유전공학 ▲신소재공학 등 최첨단 이공계 기술이 융합한 4차 산업혁명이 인류 삶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러한 동향에 따라 국내 각 대학은 ‘공학 인재’ 양성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고, 기존 공학 교육에 타 분야를 접목하는 융합 전공을 신설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금과 전혀 다를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는 공대 재학생 3인을 만나봤다.

"사람들 행복하게 해줄 프로그램 만들어요"   김현준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2

김현준(20)씨는 초등 2학년 때부터 독학으로 '지뢰 피하기' 등 각종 게임을 직접 만들어 즐겼다. 그의 관심은 게임에서 검색 엔진·각종 소프트웨어·프로그래밍 언어 등으로 확장됐다. 이후 계속 공부에 열중해 중·고교 때 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서 3회 수상(대상·은상·동상)하고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등 비교과활동 성과를 쌓았다.

그는 컴퓨터를 다른 학문과 접목한 융합 연구를 하고 싶던 차에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를 알게 됐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공학을 전공할 수 있는 데다 창업 활동을 적극 지원해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지난 2011년 개설된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는 정보·전자·나노·바이오 공학과 같은 과학 기술 외에도 인문·예술·디자인까지 아우르는 국제적인 통섭형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학부 과정 3년을 이수한 다음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진학하도록 한다. 한 해 학부 신입생 20명을 수시모집 'IT명품인재계열'로만 선발하며, 학생 전원에게 6학기 내내 등록금과 기숙사비 전액, 연구 수당을 지급한다. 국제 봉사·연구 파견·교환학생 기회도 제공한다. 김씨는 "학부 과정이 연구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도 장점"이라며 "방학 때 지도교수와 개별 연구를 하거나 원하는 랩에서 인턴십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해 김씨는 프로그래밍을 더 흥미롭게 배우도록 돕는 교육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주최하는 '2015 이매진컵'에서 한국 대표 중 한 팀으로 월드세미파이널에 진출했다. 이매진컵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최대 IT 경진대회로 꼽힌다. 김씨는 올해도 이매진컵에 출전해 오는 25일 국내 준결승전을 치른다. 그는 이번에는 청각장애인의 언어 치료를 돕는 시스템을 내놨다. 그는 "학교가 장비 구입비 등을 제공해줘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채로운 분야와의 접점을 찾아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한별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 3.

"CG 프로그래머 꿈꿔… 독창적 그래픽 알고리즘 개발 목표"   최한별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 3

최한별(21)씨는 중학교 2학년 때 교내 방과후 수업에서 ‘프리미어 프로’라는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을 가졌다. 중 3 때는 3D 프로그램인 ‘마야’를 배우고, 특성화고인 경기영상과학고(경기 고양)에 진학했다. 최씨는 “중·고교 시절 하루 12시간 이상 3D 그래픽 제작 공부에만 몰두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여러 공모전에서 교육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관련 공부를 계속하다가 컴퓨터로 3D 그림을 그리는 수학적 원리와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됐다”며 “이를 배울 수 있는 대학 전공을 찾던 중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프로그래밍과 예술 분야를 융합해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디지털콘텐츠학과가 예술대학이 아닌 ‘공과대학’에 속했다는 점에서 눈에 띄었어요. 최첨단 기술에 예술·창의성을 접목할 수 있어 ‘컴퓨터 그래픽(CG)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제게 마침맞은 학과였습니다.”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에서는 ▲프로그래밍 언어(C, C++, JAVA, 파이썬) ▲컴퓨터 그래픽스 ▲멀티미디어 프로그래밍 ▲인공지능 ▲게임 프로그래밍 등 디지털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르친다. 4학년 때는 ‘캡스톤 디자인’ 수업에서 디지털콘텐츠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 수준 높은 포트폴리오도 제작한다. 최씨는 “융합전공제도를 활용, 현재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연계 전공’을 이수하고 있다”며 “애니메이션·연극영화 전공 등과 공학을 융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CG는 최근 콘텐츠산업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어요. CG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3D 맥스나 포토샵, 마야 같은 프로그램뿐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스 이론과 프로그래밍까지 활용해야 해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눈을 밟는 느낌을 생생하게 살린 장면이 바로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과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진 것이죠. 졸업 후 그래픽 프로그래머가 돼 독창적인 그래픽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게 제 꿈입니다.”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는 컴퓨터공학과·정보보호학과와 함께 지난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지원 사업’에 선정돼 최대 6년간 약 106억원을 지원받는다. 세종대는 이 사업을 통해 소프트웨어 관련 3개 학과를 4개 학과(컴퓨터공학과·소프트웨어학과·정보보호학과·데이터사이언스학과)와 2개 SW복수연계전공(엔터테인먼트SW·소셜미디어 매니지먼트SW)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디지털콘텐츠학과 이름도 ‘소프트웨어학과’로 변경한다. 최씨는 “소프트웨어 및 다양한 융합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탄탄한 커리큘럼과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세종대 SW융합대학에 진학하라”고 조언했다.

신경섭 한양대 생명공학과 4.

"1학년부터 연구 기회… 국제 학술지 이름 올려"   신경섭  한양대 생명공학과 4

지난해 신경섭(23)씨가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SCI(과학인용색인)급 국제 학술지인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캔서(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에 게재됐다. 바이러스로 암을 치료하는 연구에 관한 논문이다. 학부생이 1학년 때부터 연구소에 들어가 관련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신씨는 “연구소에 갈 의지가 확고한 학생에게 문을 활짝 열어준 학교 덕분”이라며 “한양대 생명공학과는 학부생도 관심 있는 연구소에 들어가 실험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1학년 겨울방학 때 암 연구를 하시는 윤채옥 교수님을 찾아가 방학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지 여쭸습니다. 그 자리에서 교수님께서 연구소에 나올 것을 추천해주고 대학원생 선배들을 모두 소개해주셨어요. 그렇게 연구소에 들어가게 됐고, 지속적으로 공부와 실험을 하다 보니 논문 작업에 참여하는 기회도 얻게 됐습니다.”

한양대 공과대학은 지난 1939년 국내 최초 사립 공대로 문을 연 이후 산업화와 정보화를 거치며 한국 최고의 공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05년 공대에 신설된 생명공학과는 생명 현상과 공학 기술을 복합적으로 학습하면서 인류 건강에 대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융합 학문을 다룬다. 학부 교과목은 ▲미적분학 ▲일반물리 ▲공업경제학 ▲분자생물학 ▲세포 및 조직공학 ▲바이러스공학 ▲응용유전학 ▲단백질효소공학 ▲생물나노소재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른다. 신씨는 “입학 전 다른 학교 생명과학과와 한양대 생명공학과를 놓고 고민하다가 더 실용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 생명공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학과 수업에서 이론을 배우면서 자신의 노력에 따라 연구소에서 실험 실력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봅니다. 대학원 생활을 미리 체험해본다는 점에서 진로 계획을 세우기에도 좋고요. 저는 연구가 정말 재미있어요. 앞으로 의대 편입을 통해 의사 자격을 획득해 사람들을 더 가까이서 돕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임상 시험은 의사를 동반해야 하는데, 의사가 되면 단독으로 실험할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