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明仁·83·사진) 일왕이 8일 NHK를 통해 방영한 대국민 동영상 메시지에서 생전(生前) 퇴위 의사를 밝혔다. 일왕이 재위 중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거취를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살아 있는 일왕이 양위(讓位·왕위를 물려줌) 의사를 내놓은 것은 1817년 고카쿠(光格) 일왕 이후 199년 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10분 분량 동영상 메시지에서 '퇴위'라는 단어를 직접 꺼내진 않았지만 건강을 이유로 사실상 생전 양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몇 년 전 두 차례 외과 수술을 받았고, 고령으로 인한 체력 저하도 느낀다"며 "서서히 진행되는 신체의 쇠퇴를 고려할 때 지금까지처럼 몸과 마음을 다해 '상징'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일왕이 건강을 해치고 심각한 상태가 되면 국민 삶에도 여러 가지 영향이 간다"고 했다. 1989년 부친이 석 달 이상 사경을 헤맸던 일을 가리키는 말로, 자신이 병들었을 때 국민을 오래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민의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왕의 퇴위 의사 표명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왕은 7년 전부터 자녀와 궁내청 직원들에게 생전 퇴위 의사를 밝혀왔다. 일본 왕족 관련 법률인 '황실전범(皇室典範)'에는 생전 퇴위에 관한 항목이 없어 일왕이 퇴위하려면 먼저 황실전범을 손봐야 한다.
입력 2016.08.0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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