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60㎝ '작은 거인'이 44년 만에 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개인종합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1일 새벽(이하 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기계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선에서 일본의 우치무라 고헤이(內村航平·27)가 극적인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 종목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9일 단체전에 이어 금메달 하나를 더 추가하면서 올림픽 2관왕·2연패를 동시에 달성했다. 이 종목 올림픽 2연패는 사상 네 번째이자 1968·1972년 가토 사와오(일본) 이후 44년 만이다.
우치무라는 결선 6개 종목(마루운동·안마·링·도마·평행봉·철봉) 중 세 번째 종목인 링이 끝난 시점까지 3위에 그쳤다. 하지만 도마에서 2위로 뛰어오른 뒤 마지막 철봉에서 15.800의 고득점으로 합계 92.365점을 기록, 우크라이나의 올레그 베르니아예프(92.266점)를 제쳤다. 현장에서 응원하던 그의 어머니는 "인생에서 이렇게 힘들었던 경기는 처음"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우치무라는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쏟아부었는데,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할 따름"이라고 했다. 새벽에 날아든 승전보에 일본 열도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본 언론과 네티즌들은 "수퍼맨(우치무라의 별명)이 기적을 일으켰다" "역시 일본의 국보"라며 그의 우승을 축하했다.
1989년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에서 태어난 우치무라는 체조 선수 출신인 부모님이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세 살 때부터 체조를 시작했다. 우치무라의 부모는 초등학생 아들의 생일 선물로 100만엔(약 1100만원)짜리 연습용 매트를 사줄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치무라는 고등학생이던 2005년부터 기량이 만개, 2006년 전국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특정 종목에서 압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보다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안정적인 착지력을 바탕으로 전 종목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얻는 '만능선수'로 커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인종합 은메달 이후 2009년부터 전무후무한 세계선수권 6연패를 달성했다.
일본 체조계는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체조 감각, 고난도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심, 완벽주의로 지금의 우치무라가 완성됐다"고 평한다. 그는 요즘도 "늘 로봇처럼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한다. 우치무라는 2012년 결혼해 벌써 두 딸을 둔 아버지이지만, 여전히 아이 같은 천진함을 지녔다. 이번 올림픽 직전 데이터요금 정액제에 가입하지 않은 채 브라질 현지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하려다가 50만엔(약 550만원) 요금 폭탄을 맞기도 했다.
평소 육류, 초콜릿,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편식주의자'로도 유명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후, 그가 시합 전마다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진 한 초코바 제품은 '우치무라 효과'로 이듬해 판매량이 1억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27세에 이미 '세계 체조계의 전설'이 됐지만, 그의 눈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향해 있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지금껏 누구도 밟아본 적 없는 개인종합 3연패에도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도쿄올림픽은 나이(31세) 때문에 개인종합이 아닌 특정 종목을 골라야 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입력 2016.08.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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