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80km 떨어진 곳에 있는 생트로페… 프랑스인들에게도 꿈의 바캉스 장소
브리짓 바르도, 믹 재거, 케이트 모스… 유명인들의 별장 모여
남프랑스의 툴룽부터 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40㎞의 해안을 일컫는 ‘코트다쥐르’ 지역은 ‘쪽빛 해안’을 뜻하는 그 이름처럼 푸른 지중해와 1년 내내 내리쬐는 햇살, 아늑한 바닷가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코트다쥐르에서도 생트로페(Saint-Tropez)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에요. 이곳을 가면 왜 수많은 유명인들이 이곳과 사랑에 빠졌는지, 왜 이곳에 별장을 지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생트로페로 떠나기 전, 생트로페의 풍경 사진보다 먼저 보게 된 건, 프랑스관광청 프레더릭 탕 봉 소장이 보여준 한 화보집이었다.
◆인구 5,000여 명이 사는 작은 어촌에 하루 10만 명 찾아
“브리짓 바르도, 믹 재거, 케이트 모스, 브래드 피트, 샬롯 갱스부르…” 세계적인 셀레브리티들이 생트로페 도시 곳곳을 누비는 사진으로 도배된 화보집은 마치 ‘생트로페에 보내는 유명인의 헌사’처럼 보였다. 2011년, 칼 라거펠트는 생트로페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열었고, 생트로페를 배경으로 ‘리멤버 나우(Remember Now)’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칸에서 서쪽으로 80㎞ 떨어진 곳에 있는 생트로페는 휴가에 목숨 거는 프랑스인들에게도 꿈의 바캉스 장소다. 생트로페에 별장이 하나쯤 있어야 갑부라고 인정받는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럭셔리 휴양지의 상징’인 곳이다.
칸이 ‘도시’라면 생트로페는 ‘마을’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인구 5,00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하루 10만 명, 해마다 500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잉크를 푼 것 같은 푸른 바다와 그림 같은 저택, 바닷가에 정박한 수 백 대의 요트가 생트로페의 화려한 얼굴을 대변하는 듯했다.
20세기 전 만 해도 생트로페는 작은 어촌에 지나지 않았다. 1892년 신인상주의파 화가 폴 시냑이 남부 지중해를 여행하던 중 이곳을 보고 반해 정착한 뒤 생트로페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생트로페를 전설로 만든 건, 1950, 60년대를 풍미했던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다.
1956년 그녀가 출연한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영화에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작은 마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뇌쇄적인 몸짓으로 춤추던 낭만적인 바닷가와 빛바랜 파스텔 색조 마을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작지만 남프랑스적인 우아함이 깃든 호텔 즐비
바르도는 이 영화를 찍고 생트로페에 정착했다. 돌아다니다 보면 이 마을을 바르도가 세웠다 해도 믿을 정도로 골목, 호텔, 갤러리 등 가는 곳마다 그녀의 사진과 그래픽으로 도배되어있다. 곳곳에 걸린 1970년대 배우의 초상 때문인지, 어딘가 모르게 고전적인 분위기도 묻어난다.
칸이나 니스 같은 휴양지와 달리 대형호텔 대신 부자들의 별장처럼 고급스럽지만 개성 있는 호텔들이 즐비하다. 항구 앞에 위치한 라 퐁슈( La Ponche www.laponche.com)호텔은 생트로페의 신화적인 호텔이다. 과거 어부들이 살던 집과 그들이 드나들던 바가 있던 건물 다섯 채를 이어서 만든 호텔로, 규모는 작지만 남프랑스적인 우아함이 깃든 곳이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첫날 밤을 보낸 호텔이자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자주 머물던 호텔이기도 하다. 사강이 머물던 방의 창문을 열면 코발트 빛 지중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 풍경을 너무 사랑해서 사강은 호텔 건너편에 아파트를 얻었다고 한다. 호텔 마 드 샤스텔라(Mas de Chastelas eh www.chastelas.com)도 아티스트와 프랑스 지식인, 배우들이 사랑한 호텔이다. 세르주 갱스부르는 이 호텔에서 아내 제인 버킨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했다. 호텔 로비에는 1977년 갱스부르 가족이 평화롭게 여름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놓여있다.
◆ 유명한 나이트클럽과 바가 많아 전 세계에서 찾아온 파티 퀸으로 붐비기도
생트로페는 남프랑스 시골 마을 특유의 아기자기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스페인의 이비자 섬 같은 자유로움도 함께 넘실댄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숍, 호화로운 요트와 고급 호텔, 글래머러스한 부티크, 생전 처음 본 럭셔리 카, 페도라에 빌브레퀸 쇼트 팬츠를 입은 소년에게서도 세련미가 흐를 정도로 고급 휴양지의 면모를 다 갖췄지만, 생트로페의 매력은 특유의 아늑함과 편안함에 있다.
유명한 나이트클럽과 바가 많아 전 세계에서 찾아온 파티 퀸으로 붐비지만 가장 좋았던 시간은 별빛이 비치는 부둣가에 있는 노천카페에서 와인을 마셨던 때다. 생트로페에서의 마지막 밤, 라 퐁슈 호텔 앞의 바에 앉아 로제 와인을 마시면서 생각했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곳에 다시 와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휴가를 보내겠다고.’
PS 생트로페는
프랑스, 칸에서 서쪽으로 80㎞ 떨어진 곳에 있는 해안가 마을. 인구는 5,000명이지만 해마다 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프랑스 최고의 휴양지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영화 '신은 그리고 여자를 창조했다'의 촬영지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잭 니컬슨, 패리스 힐턴,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앤 해서웨이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랑하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 글을 쓴 여하연은 여행 잡지 ‘더트래블러’의 편집장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여기며 매 달 어디론가 떠나거나 떠날 준비를 한다. 십 년 후 즈음 좋아하는 도시에서 한 달 씩 1년간 살아보기 위해 아직은 월급쟁이. 여행지에서 로컬 맥주를 마시며 골목 구경, 사람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