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일반적으로 물만 마시고, 일체의 음식물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일수는 얼마나 될까. 개인의 건강 상태나 환경 등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수십일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
그런데, 실제로 체중 207kg의 남성이 일부 영양소 외에 음식물은 전혀 먹지 않고, 무려 382일간 생존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런 ‘장기간 단식’에 도전했던 남성은 스코틀랜드 출신 앵거스 바베리로, 1965년 27세의 나이에 이 도전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몸무게는 207kg에 육박했는데, 고도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스코틀랜드 던디에 위치한 던디왕립대학병원(The Royal Infirmary of Dundee)을 찾아갔다.
의료진은 바베리의 살을 빼기 위한 단식을 돕기로 했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채로 장기간 생활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애초에 짧게 단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의외로 바베리는 이를 잘 버텼다. 그렇게 기간이 조금씩 늘어나 그가 40일째 단식을 하던 날 의료진은 그에게 이를 그만둘 것이냐고 물었지만, 바베리는 “목표 몸무게인 82kg에 도달할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그는 단식하면서도 집에서 생활했으며, 병원에 자주 들러 혈당을 비롯한 여러 건강 검진을 진행했다. 다만 단식 중에 바베리는 여러 비타민, 칼륨, 나트륨 등을 보충제로 섭취했으며, 커피나 차, 물과 같은 ‘칼로리가 거의 없는’ 것들은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이어진 바베리의 단식은 그 후에도 약 1년간 더 지속하다가 1966년 7월 11일에야 끝났다.
결국 총 382일 동안 음식물을 먹지 않은 바베리는 자신이 원하던 몸무게인 82kg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바베리의 ‘단식 일지’는 병원 의료진들에 의해 거의 매일 작성됐으며, 의사들은 1973년 이 기록을 토대로 단식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1966년 7월 12일 시카고트리뷴에서도 바베리가 이 단식을 끝내고 첫 끼니로 삶은 계란에 버터 바른 빵을 먹은 것을 보도하기도 했다.
바베리는 “오랜 기간 단식을 하다 보니, 나중엔 음식 맛을 잊을 정도”였다며 “단식에 익숙해지자 크게 힘들진 않았다”고 말했다.
음식을 섭취하면 다시 살이 찔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바베리는 단식을 끝낸 5년 후에도 89kg의 체중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