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의 웃음
애기는 방에 든 햇살을 보고
낄낄낄 꽃웃음 혼자 웃는다.
햇살엔 애기만 혼자서 아는
우스운 얘기가 들어 있는가.
애기는 기어가는 개미를 보고
또 한번 낄낄낄 웃음을 편다.
개미네 허리에도 애기만 아는
배꼽 웃길 얘기가 들어 있는가.
애기는 어둔 밤 이불 속에서
자면서도 낄낄낄 혼자 웃는다.
잠에도 꿈에도 애기만 아는
우스운 하늘 얘긴 꽃펴 있는가.
―서정주 (1915~2000)
미당 서정주는 민족 정서를 우리말의 결을 잘 살려 감칠맛 나게 표현한 시인이다. 말년에는 동심으로 돌아가 세계 민화를 특유의 구수한 입담으로 옛날이야기식으로 쓴 세계 민화집을 펴내기도 했다. 미당이 쓴 시 중에 동시가 몇 편 들어 있다. 그 중 한 편이 바로 '애기의 웃음'이다.
'우리말의 마술사'답게 미당은 이 동시에서도 '애기' '얘기' '개미'와 같은 시어를 통해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의 웃는 모습을 절묘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동시를 읽으면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미당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미당을 기리는 '미당문학제'가 그의 시의 고향인 '질마재'에서 시월 마지막 주말에 국화꽃 향기와 함께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