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부산 원도심은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는다. 1000만 관객 동원한 히트작을 찍은 곳이 수두룩하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 위에 만들어진 마을은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발아래 반짝이는 바다가 있어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린다. "니 변호사 맞재?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 돼지국밥집 운영하는 순애(김영애)의 부탁으로 부림 사건에 휘말린 진우(임시완)의 변호를 맡으며 송우석(송강호)은 진짜 변호사로 거듭난다. 진우 집으로 등장했던 촬영지 담벼락에 영화 명대사들이 적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금은 '흰여울 안내소'로 운영 중인데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작은 전시를 볼 수 있다. 영도 앞바다와 남항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 풍광이 아름답다. 좁은 골목길과 오래된 집들은 벽화로 채워져 있고 절영해안산책도로, 이송대전망대 등도 둘러볼 만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도 여기서 찍었다.
영화 '도둑들'을 촬영한 부산데파트는 독특한 건물이다. 1969년 문을 연 부산 최초 백화점 형태의 시장이자 주상복합형 아파트다. 길 건너 롯데백화점 광복점 자리에 부산시청이 있을 때만 해도 최고 상권을 자랑했던 곳이다. 지금은 인삼, 악기, 공예품, 고미술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리모델링돼 영화 속 느낌을 그대로 맛볼 순 없지만 마카오박(김윤석)의 은신처로 등장했던 건물과 영화 속 여러 장면이 촬영된 가로수길 골목은 둘러볼 만하다. 영도대교가 길 건너에 있다. 매일 오후 2시면 15분간 다리를 들어 올리는 명장면이 펼쳐진다. 광복로를 따라 걸으면 남포동거리와 BIFF광장,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까지 자연스레 닿는다. 국제시장에선 영화 '국제시장' 속 주인공 덕수(황정민)의 가게 '꽃분이네'에 들러 인증샷 찍는 것도 잊지 말자. 내친김에 자갈치시장, 부평깡통시장 등 오밀조밀 모여 있는 원도심 대표 시장을 둘러보는 즐거움도 크다.
비지스의 'Holiday'로 유명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주요 촬영지는 40계단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가족을 찾기 위해, 부두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모여들었던 애환의 장소다. 40계단 문화거리엔 나무 전봇대, 철길, 물동이 인 아이, 갓난아기 업은 엄마의 모습 등 1950~ 1960년대의 삶을 재현했다. 40계단에 즐비한 카페에서 호젓한 분위기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인근에 백산기념관, 부산근대역사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