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일이지만 세계 많은 나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

미국 대선은 1792년 제정된 연방 법률에 따라 4년 주기로 실시되며 11월 첫 번째 일요일 다음의 화요일로 정해져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우리와는 달리 상당히 복잡하다.

한국은 선거권을 가진 국민이 대통령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미국은 직접선거가 아닌 주(state)별로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와 승자 독식이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대선은 '민주당·공화당 각각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주(州)별 코커스(당원대회) 또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 대선 후보 추대를 위한 전당대회 → 대통령 선거'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미국이 대통령을 직선이 아닌 간선으로 선출하게 된 이유는 1792년 연방 법률을 제정할 당시 인구가 작은 주들이 직선을 반대했고, 교통과 통신이 불편하였다는 점 등 때문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국민이 직접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을 뽑는다.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은 후,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연방 하원의원 수 435명, 상원의원 수 100명 그리고 워싱턴  D.C에 배정된 3명을 합친 수로 선거인단은 총 538명이다.

하원의원 수는 주(state)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상원의원 수는 각 주(state)마다 2명씩 배정된다. 각 주의 하원의원 숫자는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10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각 주의 선거인단 숫자도 바뀌게 된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과반이 넘는 270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의 표를 확보해야 한다.

선거인단을 가장 많이 보유한 주는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55명)이며,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나 몬태나 주 같은 지역은 선거인단이 3명에 불과하다.

선거인단의 자격은 연방 공무원이나 군인 혹은 선출직 공직자가 아니면 누구나 가능하다. 대체로 선거인단 명부에 들어가는 사람은 정당의 활동가로서 정당에 대한 기여가 많고 충성심이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 정당위원회에서 선정한다.

◆ 승자독식방식(Winner-Take-All) 이란?

각 주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모두를 가져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에는 55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는데 힐러리가 51%, 트럼프가 49%를 득표해 아슬아슬하게 힐러리가 이겼다고 하더라도 힐러리가 55명의 선거인단 전부를 가지게 된다.

2016년 6월 7일 캘리포니아 주 대통령 예비 선거 투표소.

이런 특징 때문에 각 당의 후보는 선거인단이 많이 배정돼 있는 큰 주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인단 숫자가 가장 많은 상위 6개 주는 캘리포니아 주(55명), 텍사스 주(38명), 뉴욕 주(29명), 플로리다 주(29명), 일리노이 주(20명), 펜실베이니아 주(20명)다. 반면, 알래스카 주, 델라웨어 주, 몬태나 주, 노스다코타 주, 사우스다코타 주, 버몬트 주, 와이오밍 주 등은 각 주마다 선거인단이 3명에 불과하다.

※ 네브래스카 주와 메인 주는 승자독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 않다. 네브래스카 주와 메인 주의 선거인단 배정 방식은 일반 유권자의 표를 다수 획득한 후보자가 주의 상원의원 몫인 2명의 선거인단을 배정받고, 나머지 하원의원 몫만큼의 선거인단은 하원의원 선거구를 단위로 단위 선거구에서 다수자가 1명의 선거인단을 배정받는다.

미국은 각종 선거에 출마할 각 당의 후보를 예비선거로 선출하는데, 한국의 당내 경선으로도 볼 수 있다. 예비선거는 주별로 실시되며, 예비선거를 통해 선출된 각 당의 후보들이 본선거에서 대결한다. 이 후보들은 프라이머리(primary) 또는 코커스(caucus)를 통해 대의원을 뽑는다.

프라이머리 경선은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주 정부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투표를 주관한다. 투표는 익명으로 진행되며 신속하게 종료된다. 일부 주에서는 자신이 당원임을 선언한 유권자만이 투표에 참가하는 '폐쇄적 프라이머리'를 실시한다. 폐쇄적 프라이머리에서는 자기 당 소속으로 등록된 유권자만이 투표에 참가할 수 있다. '개방적 프라이머리'는 지지하는 정당에 상관 없이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경우까지도 포함하여 모든 유권자가 투표에 참가할 수 있다.

2016년 6월 7일 와츠 타워 아트 센터에 마련된 예비 투표소에서 대통령 예비 선거 투표 중인 주민들.

코커스는 각 주의 정당이 주관하며 열성 당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지명자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연설을 행한다. 코커스는 집단적인 성격을 갖는 정치 행사로서 참가자들이 공개투표를 실시한다. 코커스는 코커스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선호하는 대선 후보를 지지하기로 약정한 전당대회 대의원을 선출할 수 있는 열성적이고 조직화된 지지 기반을 확보한 후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해의 여름에 전국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지명한다.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위해서는 대의원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해야 한다. 최근 60여년 동안은 전당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양당의 대선 후보 지명자가 결정되는 추세다.

프라이머리와 코커스를 통해 이미 대선 후보를 선출했음에도, 양대 정당이 전국 전당대회를 고수하는 이유는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 지명자를 홍보하고 상대 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 지명 전당대회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며,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전당대회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당 수뇌부와 후보 지명자의 연설, 지명자의 부통령 후보 발표 (간혹 전당대회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각 주 대의원단의 대의원 호명 투표, 정당 '강령'(현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밝힌 문서) 인준 장면 등을 볼 수 있다.

과거에 과반수 득표에 실패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경우가 모두 네 차례 있었다. 최초의 사례는 존 퀸시 애덤스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1824년 대선이었으며, 가장 최근의 사례는 조지 W.부시와 알 고어가 맞붙은 2000년 대선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선거인단'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헌법 기안자들은 (당시) 13개주의 이해와 미국 국민의 이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제도를 수립하길 원했다. 그래서 하원의원은 유권자들이 뽑은 반면에, 상원의원은 (역시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된) 주 의회에서 선출했다. 그리고 각 주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는 기구였던 선거인단에 대의원을 파견했다.

그 이후에 선거제도를 보다 민주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헌법이 개정됐다. 그 결과로서 1913년 이후로는 상원의원 역시 유권자들이 직접 선출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되지만 선거인단은 유권자들이 선택한다.

승자독식 방식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최다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정작 선거에서는 패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느 후보가 선거인단이 많은 주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고 가정해보자. 그럼에도 이 후보는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독점하게 된다. 따라서 만약 어느 후보가 캘리포니아 주에서 적은 표 차이로 승리할 경우 캘리포니아에 배정된 55명의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반면에, 같은 후보가 다른 소형 주에서는 큰 표 차이로 상대 후보에게 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전체 선거인단 수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대선 후보가 총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구가 적고 선거인 숫자가 작은 주까지도 포함하여 모든 주를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인단 제도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헌법 개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거인단 제도는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하므로 민주·공화 양당이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선거인단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미국 국민은 현행 선거인단 제도하에서는 대선후보가 전국을 대상으로 (만약 선거인단이 없었다면 후보를 가까이에서 마주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작은 주들까지도 포함하여) 선거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가 특정한 주나 지방에만 전념할 경우 충분한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전국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선거인단 제도가 선거운동 방식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선거운동 비용에도 중요한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힐러리 선거캠프의 올해 선거자금 모금 목표액은 무려 10억달러다. 우리 돈으로 1조1200억원에 해당한다. 트럼프 캠프가 지난 8월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정자료를 보면 1억2000만달러를 지출했다. 우리 돈으로 1300억원이 넘는 돈이다. (2016년 10월 기준)

이처럼 대선에 거액이 필요한 이유는 선거운동 기간에 해당하는 12개월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1억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소통하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후보는 전국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50개 주 전체를 대상으로 유세를 벌여야 한다. 이는 대선 후보가 전국은 물론이고 주 단위로도 선거운동원을 모집해야 하며 전국과 지방의 TV와 라디오 방송,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거나 유권자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라이머리와 코커스가 확대됨에 따라 과거에 비해 선거운동 기간이 늘어났으며 교통비와 광고비 역시 증가했다.

선거운동을 시작한 후보는 선거운동원을 고용하고 사무실 공간과 유세 일정을 확보해야 하며 리서치를 실시하는 동시에 정책문서를 발간하고 TV와 라디오, 출판물과 인터넷을 통해 광고를 실시하며 대중 앞에 자주 얼굴을 비치고 후원금 모금 행사에도 참가해야 한다.

대선 후보는 주 별로 프라이머리 경선을 준비하는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 하며 후보로 지명된 이후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해야 한다. 한편, 하원의원 후보는 자신의 선거구 내에서만 선거운동을 벌이는 반면에 상원의원 후보는 주 전체를 아우른다.

참고자료
미국의 선거제도 개관 /주한미군대사관 공보과 (2016)
미국의 대통령 선거 : 살림지식총서 / 윤용희, 살림출판사 (2008)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