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두통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일주일 내내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주말이 되면 머리가 울리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편히 쉴 수가 없다. 이를 '주말 두통'이라고 한다.

두통 발생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카페인 과다 섭취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 중에 카페인이 든 음료를 2잔 이상씩 마시다가 주말에 마시지 않으면 일종의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 두통을 앓는다. 금단 현상을 느낄 정도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카페인에 중독돼있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현상인 카페인 중독에 대해 알아봤다.

[주말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알고 보니…]

카페인이란?

카페인(Caffeine)은 커피·콜라·카카오 열매나 마테차·녹차·홍차 잎 등 일부 식물에 들어 있는 흰색의 화학 물질이다. 식물 속 카페인은 해충을 마비시켜 죽이는 살충제 역할을 한다.

인간은 석기시대부터 카페인을 섭취했다는 학설이 있다. 우연히 카페인이 든 식물을 씹어 먹던 중 각성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이후 뜨거운 물에 우려먹는 형태로 점차 발전해 오늘날 차(茶) 문화로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페인’이라는 이름은 1819년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페르디난트 룽게(Friedrich Ferdinand Runge)가 커피에서 카페인을 분리한 뒤 붙여졌다. 당시에는 커피에 들어 있는 혼합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1827년 다른 찻잎에서 발견된 ‘테인(theine)’과 동일 물질인 것을 확인한 뒤 카페인이 총칭하는 물질명으로 쓰이고 있다.

카페인의 두 얼굴

카페인이 몸에 들어가면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일시적으로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 집중력, 지구력 등을 높인다. 또, 뇌혈관 확장을 차단해 편두통 치료나 기관지를 확장해 천식 치료를 위한 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미국의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ietary Guidelines Advisory Committee)는 지난해 "하루 3~5잔의 커피는 당뇨병과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면서 카페인의 효능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건강의 적' 누명 벗은 커피]

남성의 경우 카페인이 발기부전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 대학 보건대학원에서 하루 카페인 섭취량이 85~170㎎인 남성은 0~7㎎인 남성에 비해 발기부전을 겪을 가능성이 평균 42%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각종 부작용을 초래한다. 뇌 각성으로 불면증·두통·행동 불안·정서 장애·혈압 상승·부정맥 등의 원인이 된다. 위산 분비를 촉진해 역류성 식도염·위염·십이지장궤양 등을 유발할 수도 있고, 이뇨작용으로 방광염 위험도를 높이고 칼슘과 철분 흡수를 방해해 뼈 건강 악화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관련 기사▶

담배·마약만큼 사회에 위협적인 중독성 물질은 아니더라도, 카페인 역시 신체적인 의존도를 일으키는 중독성이 있다. 다량을 장기간 섭취하면 카페인에 중독되는데, 평소 섭취하던 카페인의 양보다 적게 섭취했을 때 피로를 호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잠이 쏟아지는 증상이 동반된다. 그래서 이전에 먹던 양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두통·심장 떨림·구역감, 또는 짜증·불안·신경과민·우울증 등 신체·정신적으로 ‘카페인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카페인 중독 여부 진단하기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커피 한 잔만 마셔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늦은 시간에 커피를 여러 잔 마셔도 쉽게 잠드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신다고 해서 모두 중독자는 아니며,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힘들 때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카페인이 든 음료를 하루 3잔 이상 마셨을 때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지 본다. 15개 항목 중 14개 이상 해당하면 ‘중증’이며, 4개~13개 해당하면 카페인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주의가 필요한 고(高)카페인 음료

미국에서 평소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즐겨 마시던 10대 소녀 등 5명이 갑작스럽게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이 고카페인 음료가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는지 조사에 들어갔고, 의회에서 고카페인 음료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관련 기사▶

우리나라 식품안전의약처도 카페인 1일 섭취량을

성인 400㎎ 이하, 임산부 300㎎ 이하, 어린이의 경우 체중 ㎏당 2.5㎎ 이하

로 고시하면서 국민의 카페인 섭취량 조절에 나섰다.

성인을 기준으로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는 하루 3잔, 커피 믹스는 하루 5잔 이상 마시면 하루 적정 섭취량을 초과한다. 녹차나 홍차와 관련된 식품도 마냥 안심할 수 없다. 시중에 파는 녹차 아이스크림은 작은 컵(100g)으로 4컵 이상, 밀크티는 5캔 이상만 먹어도 초과한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도 한 잔(150㎖)에 3㎎정도 소량 들어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과 중간·기말 고사를 앞두고 밤샘 공부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잠 깨우는 음료로 입소문이 난 ‘더 진한 커피 담은 커피우유(GS리테일에서 출시한, 일명 스누피 우유)’와 ‘몬스터 자바코나(미국에서 수입한 에너지 음료)’는 2잔만 마셔도 하루 적정 섭취량을 초과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 2012년 국내 판매 중인 에너지 음료, 커피 전문점 커피, 조제 커피, 액상 커피, 캡슐 커피 등으로 제품을 나눠 업체별 카페인 함량 순위를 공개한 바 있다. 상위를 차지한 커피 전문점의 카푸치노 중에는 한 잔(420㎖)에 300㎎이 넘는 것도 있었다. 관련 링크▶

카페인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은?

카페인 음료를 하루에 10잔 이상씩 마시던 사람이 무턱대고 끊는 것은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섭취량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습관을 기른다.

카페인 음료를 대체할 다른 음료를 마신다. 커피나 녹차·홍차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쌉싸름한 맛의 '민들레 차'가 대신할 수 있다. 민들레 뿌리를 말려 볶은 다음, 가루를 내 물에 타면 카페인 차와 비슷한 맛이 난다. 민들레 차에는 카페인은 없고, 비타민A·B1과 천연 인슐린이라고 불리는 이눌린(Inulin)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다만, 찬 성질이 강해 하루 30g 이상(2잔 이상) 먹으면 설사를 할 수 있어 조심한다. 콜라·마운틴듀와 같은 탄산음료를 즐겨 마신다면, 대용품으로 탄산수가 있다.

[커피와 맛 똑같은 전통차 있다]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 몸속 수분을 빼앗는다. 카페인 음료를 마신 만큼 물을 마셔 수분을 보충한다.

식후 카페인 음료가 당긴다면 가벼운 산책을 통해 의존도를 줄인다. 운동은 일시적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

커피를 많이 마셔 문제가 된다면 주변에 커피 향을 나게 해 섭취량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카페인을 심각한 중독 물질로 분류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카페인 중독은 이 자체보다는 방광암, 급성심정지 등 또 다른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식약처는 고카페인 음료의 경우 함량 표시를 철저히 하고, '섭취 주의' 문구를 삽입할 것을 규제하고 있다. 카페인 음료를 고르기 전에, 겉면에 적힌 함량과 주의 사항을 읽어 보고 1일 최대 섭취량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