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조선의 '출장토크'. 이번 주인공은 과거를 바꾸는, 포기를 모르는 '불사신' 이재한 형사, 아니 '미다스의 손' 김은갑 대표로 변신한 조진웅입니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제 막 불혹에 접어든 미(美)중년의 남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밀려드는 물을 마다치 않는 배우. 열심히 노를 저으며 앞으로 진격하는 아이콘. 그리고 여전히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인간. '만인의 선배'가 된 조진웅(40)이 올해 마지막 흥행을 위한 타석에 등판했다.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의 조진웅은 9년간 극단 동녘을 통해 연기의 초석을 다진 정통파다. 연기의 발성부터 몸짓, 감정 등 무대에서 부딪히고 깨져가며 배운 기본기로 누구보다 탄탄한 명배우로서의 기틀을 만든 셈이다. 이런 조진웅을 가장 먼저 발탁한 사람은 유하 감독.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04)에서 야생마 패거리 중 한 명으로 조진웅을 캐스팅했다.
조진웅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기대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충무로에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야수'(06, 김성수 감독) '비열한 거리'(06, 유하 감독) '베스트셀러'(10, 이정호 감독) '글러브'(11, 강우석 감독) '고지전'(11, 장훈 감독) '퍼펙트 게임'(11, 박희곤 감독)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12, 윤종빈 감독)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13, 장준환 감독)로 탄탄대로 달렸다.
충무로뿐만이 아니다. 2007년 tvN '로맨스 헌터', 2008년 OCN '과거를 묻지 마세요', 2009년 KBS2 '솔약국집 아들들' '열혈 장사꾼', 2010년 KBS2 '추노'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욕망의 불꽃', 2011년 KBS2 '사랑을 믿어요' SBS '뿌리깊은 나무' 등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소처럼 일했다.
"참, 살다 보니…. 별일이죠? 하하. 이렇게 해도 싶을 정도로 이곳저곳에서 불러주시네요. 일단 제가 가성비가 좋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나름 괜찮은 배우랄까요? 푸하하. 매년, 매 작품 관객으로부터, 시청자로부터 기대를 받고 있는데 이것만큼 또 감사한 일이 있을까요? 높아진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한 사람의 크루로서 소신껏 내 영역 내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물론 부담을 안 갖는 선에서요(웃음). 확실히 과거에 초석을 다진 연극이 지금 절 만들어준 자양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너무 좋은 필모그래피가 된 거죠. 연극 외에도 많은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얻은 게 가장 큰 행운이죠. 부모님보다 더 자주 만나는 동료 배우들도, 스태프도 있는데 이런 소중한 인연이 제겐 큰 힘이 되는 거죠. 오랫동안 조·단역을 해왔는데 그때마다 느낀 건 대한민국에는 너무 훌륭한 교보재가 많다는 거죠. 이건 뭐, 영화, 드라마만 봐도 괴물 같은 선배들이 미친 듯이 연기를 하니까요. 진짜 송강호 선배는 해도 너무할 정도로 연기해요. '우아한 세계'(한재림 감독)는 너무 해 드시더라고요. 하하. 너무 멋지고 훌륭한 선배들의 뒤를 저도 밟고 싶어요."
조진웅은 항상 자신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선배들을 목표로 달렸고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정상의 자리에 자리 잡게 됐다. 2014년 '끝까지 간다'(김성훈 감독)로 '대세'의 서막을 열더니 이후 '군도: 민란의 시대'(13, 윤종빈 감독)를 거쳐 국내 최고 흥행작인 '명량'(14, 김한민 감독)으로 3연타를 해냈다. 이뿐인가? 2015년 '암살'(최동훈 감독)로, 두 번째 1000만 작품을 꿰찼다. 그리고 '조진웅 신드롬'을 일으킨 tvN '시그널'로 전성기의 방점을 찍게 된 조진웅. 특히 조진웅에게 '시그널'은 '아재파탈' 열풍을 일으킨, 속된말로 '빵!' 뜬 작품, 캐릭터가 됐다.
"이렇게 '빵!' 뜰 거라고 생각도 못 했고 지금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웃음). '아재'라는 말이 아저씨란 뜻이잖아요. 대중이나 관객이 40대 중년이 가진 깊이감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또 그들의 무게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죠. 생각해보면 나이에 맞는 연기가 있는 것 같아요. 서강준, 박정민, 이광수, 이동휘처럼 젊은 친구들이 해야 할 싱그러운 연기가 있고 또 저처럼 아재들이 담당해줄 묵직한 연기가 있는 거죠. 제가 20대였던 시절 40대 중년의 역할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흉내 낼 수 있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때 꿈이 하루빨리 40세, 중년이 되고 싶다는 거였는데 말이죠. 흐흐. 드디어 제 짝을 찾은 저의 '아재파탈'이 대중에게 통한 것 같아 뿌듯하네요. 섹시함은 장담할 수 없는데 '아재파탈'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막, 섹시한 40세로 접어든 조진웅은 그야말로 중년을 만끽하고 있었다. 치열하게 살았던 20대, 30대를 거치고 나니 연기에서 오는 참 맛도 알게 됐고 냉정한 대중과 따뜻하게 소통하는 방법도 알게 됐다고. 물론 늘어나는 술과 세상만사 오지랖을 부리는 아재력은 상승했지만 이 또한 인간적인 미덕이 아니겠나.
"20대일 때는 40이라는 숫자가 어마어마한 아저씨, 꼰대로 느껴졌죠. 그런데 지금은 고령화 시대잖아요. 다들 30대 같은 40대죠(웃음). 제가 마흔이라는 게 믿어지시나요? 와우! 전혀! 푸하하. 오히려 현장에서는 엄청난 대선배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연차도 되고 어린 후배들과도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나이인 것 같아요. 아재가 된 이후 촬영이 더욱 재미있어졌어요. 대중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어요. '저 배우가 벌써 마흔이야?'라고 아니라 '저 배우 이제 겨우 마흔이야?'라는 느낌이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특히 배우들은요. 제가 빵 뜰 줄은 몰랐는데, 확실히 '아재시대'가 올 거라 예상은 했어요(웃음). 중년들이 가지고 있는 깊이감, 이게 한번 빠지면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06sejong@sportschosun.com, tvN '안투라지'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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