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이제 축구가 아닌 다른 스포츠가 될 것이다."

"더 매력적인 축구를 위해 꼭 필요한 변화다."

'오프사이드'가 없다면 축구 경기는 어떻게 변할까. 축구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봤을 모습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프사이드가 없는 리그, 대한민국 '군대스리가'(군대 축구의 별명)처럼 동네 축구가 될까. 아니면 많은 골이 쏟아지는 흥미진진한 게임으로 바뀌게 될까. 다른 곳도 아닌 FIFA(국제축구연맹)가 축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규정 '오프사이드 룰' 폐지를 검토하고 나섰다. 세계 축구계는 찬반양론으로 갈라져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FIFA 기술개발위원회 마르코 판 바스텐 위원장은 19일부터 독일 빌트지, AP통신 등 외신에 "축구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오프사이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현재의 축구 경기가 지나치게 수비적이어서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판 바스텐 위원장은 "현재 축구는 9~10명이 자기 골대 앞에서 수비벽을 세우는 재미없는 양상이 됐다"며 "필드하키도 오프사이드를 없앴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실제 필드하키는 오프사이드 폐지 후 평균 득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축구의 '거의 유일한 규칙'이라 불리는 오프사이드가 폐지되면 현재의 공격과 수비 방식은 물론 포지션별 선수 구성까지 경기 양상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축구판 대혁명이 벌어지는 셈이다.

오프사이드 규칙은 1860년대 영국에서 근대 축구의 태동과 함께 등장했다. 오프사이드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은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축구의 득점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프사이드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22명이나 되는 선수들이 2시간 동안 공을 쫓아다닌 뒤 결국 0대0으로 끝나는 황당한 스포츠가 축구"라며 "이렇게 된 원인은 오프사이드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규칙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오프사이드를 없애면 '더 매력적인 축구'가 될지를 놓고 의견은 엇갈린다. 지금보다 경기가 더 재미없어질 것이라는 '반대론'이 만만치 않다. 이기형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은 "공격수가 대부분 상대 골문에 붙어 있게 되고 수비수도 그를 따라 골문 앞에만 엉키게 될 것"이라며 "오합지졸 경기가 예상된다"고 했다. 유상철 울산대 감독은 "기술보다 체력이 더 중요해져 단순한 경기가 양산될 수 있다"고 봤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지금보다 축구의 역동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폐지 찬성파는 "축구의 오프사이드는 마치 농구에서 속공(fast break)을 금지하는 것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규칙"이라며 "골이 없는 축구는 재미도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 축구는 갈수록 압박이 심해지고 공수 간격이 좁아지는 추세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 축구는 '골 대신 골을 만드는 과정을 보라'고 관중에게 강요한다"며 오프사이드를 비판한다. 관중은 미드필드 공방이 아니라 골을 보러 축구장에 오는데, 골이라는 축구 본연의 재미가 증발됐다는 것이다. 김병지 해설위원은 "오프사이드가 사라지면 새 제도에 맞는 전술이 더 다양해져 보는 재미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오프사이드를 없애는 FIFA의 구상이 언제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축구 규칙 개정 문제를 다루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규칙 개정에 상당히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금씩 도입되는 비디오 판독도 그간 몇 차례나 IFAB 논의 단계에서 무산됐었다. 다만 세계 축구 행정의 헤드쿼터인 FIFA가 이 같은 안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세계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IFA 기술위는 이 외에도 현재 페널티킥 지점에서 슛을 하는 승부차기 방식 대신 아이스하키처럼 멀리서 공을 몰고 다가와 슛하는 '슛아웃' 방식, 오렌지카드(10분 퇴장)제도 도입, 전후반 대신 4쿼터 제도 도입 등도 개정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외신에 밝혔다.

[오프사이드·offside]

말뜻은 '선수가 우리 편서 떨어져 나간 상태'

오프사이드(offside)는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축구 같은 일부 스포츠에서) 규칙으로 허용되지 않는 지역에 있는' 상태를 말한다. 낱말을 뜯어 보면 의미가 더 뚜렷해진다. 여기서 off는 뭔가로부터 '떨어져 나가다'는 뜻이며, side는 '측면'이란 뜻이 아니라 '우리 편이다, 상대편이다' 할 때의 편이라는 의미다. 즉 'offside'는 '어떤 선수가 (우리)편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상태를 말한다. 축구의 경우 주로 '남의 편 진영에 먼저 가 있는 행위'가 오프사이드다. 주의할 점이 있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고 무조건 반칙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선 선수가 공을 전달받거나 상대를 밀치는 등 경기에 적극 개입할 때 반칙이 성립된다. 그래서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선수는 공이 근처로 와도 반칙을 범하지 않기 위해 공을 받지 않고 딴전을 피우기도 한다.

[오프사이드 폐지되면]

최종 수비수 뒤에 서있다 골 넣어도 인정

오프사이드 반칙은 선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플레이에 가담할 때 발생한다. 오프사이드 위치는 '공격수의 신체가 최종 두 번째 상대편 선수보다 상대편 골라인에 더 가까이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골문에는 상대편 골키퍼가 있으므로 상대팀 최종 수비수가 '최종 두 번째 선수'가 된다. 즉, 공격수가 최종 수비수보다 골문에 가까운 곳에 있으면 '오프사이드 위치'에 선 것이 된다. 이때 그가 공을 받거나 경기에 개입하면 오프사이드 반칙이 된다. 그래픽 A가 현행 규정에서 오프사이드 반칙에 해당한다. 상대 최종 수비를 기준으로 가상의 오프사이드 라인이 있고, 이 라인부터 골라인 사이의 구역은 모두 오프사이드 위치가 된다. A에서 공격수는 최종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공을 받았기 때문에 오프사이드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그래픽 B는 오프사이드 룰이 폐지될 경우에 해당한다. 공격수가 상대 최종 수비수보다 뒤에 있지만 이제는 오프사이드 위치가 없기 때문에 반칙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