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들어 일본 네티즌들이 자국을 비하하는 의미로 동조선(東朝鮮)이란 신조어를 사용한 데 이어, 최근 중국 네티즌들도 자국 비하의 의미를 담은 서조선(西朝鲜)이란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일본의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2ch의 ‘뉴스 속보판(ニュース速報板)’이라는 게시판에서는 좌익, ‘국까(자국 혐오)’ 성향의 네티즌들이 주로 활동했다. ‘켄모밍(嫌儲民)’ 등의 이름으로 불린 이들은 자국을 ‘중세잽랜드(中世ジャップランド)’ 등으로 부르며 자국 비하 놀이를 이어가 다른 게시판 이용자들의 눈총을 사곤 했다.
켄모밍의 활동이 극에 달한 2014년 무렵엔, 이들이 자국 비하 용어로 사용하던 ‘동조선(東朝鮮)’이란 표현이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역사 갤러리’에서 사용되던 ‘헬조센’이란 은어가 각종 언론 매체에 등장하며 일상적인 용어로 자리 잡게 된 것과 비슷한 현상.
켄모밍들이 “일본은 열등국가이므로 동조선이란 표현이 어울린다”며 “(일본에서 주장하는 동해 명칭인) 일본해도 동해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의혹이 2ch의 다른 게시판에 올라오자, 일본 우익 성향의 네티즌들은 이 용어를 갖가지 방식으로 패러디하기 시작했다.
가령 중국을 서조선(西朝鮮), 러시아를 북조선(北朝鮮), 미국을 미조선(美朝鮮) 등으로 지칭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한국은 세계의 중심이므로 중앙조선(中央朝鮮)으로 부르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즉, 자국 비하 용어처럼 보이는 동조선이란 표현은 은연중에 한국의 민족주의를 비하하는 뉘앙스가 담긴 은어인 것이다.
한편 최근엔 중국에서도 혐한 성향의 중·일 네티즌들이 퍼뜨린 용어 ‘서조선’이 유행하고 있다. 이 사실은 27일 국내 비디오게임 사이트 ‘루리웹’에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서조선이란 표현은 동조선보다 자국 혐오, 북한 혐오의 색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5월 중국의 한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에 “동조선, 서조선, 남조선, 북조선은 각각 일본, 중국, 한국, 북한을 가리키는 용어로 한중일 3국이 상대국을 비방하는 말”이란 설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서조선의 조선은 북한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어와 달리 중국어에선 조선이란 국가명은 북한에 한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