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편안하게 웃는 얼굴을 자주 보여주는 가수 김완선, 그녀가 살고 있는 오늘은 여행이고 소풍이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이니까.

섹시하고 도도한 이미지로 각인됐던 김완선(48). 그녀는 예능프로그램 에서 소탈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새롭게 사랑받고 있다.

17살에 데뷔해 5년 연속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하며 가요계 정상을 차지했고 격동의 20대와 30대를 거쳐 4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 덕에 매일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데뷔 30주년을 맞았던 지난해에는 싱글앨범 5개를 발표했고, 과 <26년>을 연출한 조근현 감독의 영화 (가제)에서 첫 주연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이제 오는 4월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공연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Q. 어쩌면 지겨운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여자라면 질릴 수가 없는 거니까 물어야겠어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몸매를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나요?(웃음)
여자라면 절대 질리지 않는 말이죠.(웃음) 제가 작년 여름부터 운동을 안 했어요. 워낙 어릴 때 춤 연습을 많이 해서 몸 움직이는 걸 싫어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근육도 없어지고 건강도 나빠져서 얼마 전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우선 저는 계단 올라가기부터 시작해요. 확실히 운동을 하면서 좋아진 것 같아요. 한 만큼 돌아와요. 몸은 거짓말을 안 하더라고요.

Q. 지난해 데뷔 30주년이었습니다. 왠지 숫자에는 연연하지 않을 것 같아요.
30년이라고 하면 너무 오래된 것 같잖아요. 저도 깜짝깜짝 놀라요. 내가? 벌써? 제가 느끼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죠. 4월 15일에 콘서트를 하는데요. '30주년 기념'이라는 말은 빼자고 했어요. 30주년 그런 거 하지 말고 그냥 콘서트다. 거기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해요.

Q. 지난 반년 동안 하루도 못 쉴 정도로 바빴다면서요. 그런데도 너무나 편안해 보여요. 10대, 20대 때 활동했던 것과 비교하면 요즘은 마음가짐이 다르죠?
예능프로그램을 하니까 그냥 놀듯이 일하는 거죠.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그야말로 정말 편하게, 재밌게 한다는 거예요.

Q.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그런 편안함을 저절로 가질 수 있는 건 아닐 거예요.
맞아요. 30대 중반까지도 10대, 20대 시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잡생각이 많았어요. 8살에 활동을 중단하고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사실 바쁘기만 했지 열심히 안 살았거든요. 바쁜 것과 열심히 사는 건 다른 것 같아요. 그때는 나에 대한 애정, 일에 대한 애정이 없었어요. 이제는 단순하게 생각해요. 어차피 한번 사는 거 여행하듯이 혹은 소풍하듯이 살아야겠다, 걱정을 하거나 심각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보다는 밝게 긍정적으로 애정을 갖고 즐기면서 살아야겠다고요. 요즘은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경험,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음미를 하게 돼요. 또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죠.

Q. 그런 마음가짐도 바쁘게 지내며 생활에 치이다 보면 곧잘 잊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이니까 살다 보면 잊어버리고 또 가라앉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다시 생각을 끄집어내요. 자꾸 노력을 하다 보니까 굳이 크게 결심을 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되는 것 같아요. 긍정적인 생각도 전부 훈련이에요. 자꾸 훈련을 하다 보면 좀 타이트한 시간 안에서도 자꾸 상기가 되죠. 자기 전에 잠깐씩이라도 '그래 이러면 안 되지' 그러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아요.

Q. 그렇게 다져진 건강하고 여유로운 마음이 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도 김완선 씨를 전과 달리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과 시청자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거리뿐만 아니라 시간 차도 있죠. 한 달 전에 녹화하는 방송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시청자들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얘기하고 느끼는 것들을 굉장히 정확하게 보는 것 같아요. 저는 녹화를 할 때 그 여행을 굉장히 즐기거든요. 그 시간을 마음껏 만끽하려 하고요. 그런 걸 사람들이 그대로 알아요. 제가 화면에 잘 나오지 않아도 저 뒤에서 좋아하고 있는 모습까지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무언가를 억지로 하려고 하기보다는 솔직하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죠. 솔직하고 담백한 것들이 오히려 전달이 잘되는 것 같아요.

Q. 워낙 어릴 때부터 노래하고 춤을 췄으니까 책과는 거리가 멀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요. 독서를 굉장히 좋아한다고요.
엄마가 항상 책을 많이 읽었어요. 특히 무협지랑 한국 역사소설을 너무 좋아하셨죠. 맨날 엄마가 책을 보고 있으니까 저희 집에서는 책 보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어요. 어렸을 때 전집, 50권짜리 세계 명작 소설 같은 걸 계속 돌려가면서 봤죠. 요즘에는 종교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개인적으로 스님들이 쓴 책을 좋아하거든요. 뭐랄까. 좀 더 생각을 단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돼요.

Q. 한 권 추천한다면요?
현각 스님이 쓴 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에요. 종교에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불교가 이런 거구나' 하고 굉장히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Q. 주인공을 맡은 영화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주연은 처음이에요. 화려한 과거를 지닌 가수의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가수 역할 카메오로 영화 3편 정도에 출연했어요. 이번에도 연락이 왔다길래 "카메오면 그만한다고 해라. 할 만큼 했다" 그랬죠. 우리 매니저가 "그거 주연이에요" 그러더라고요. "뭐라고? 누구야 감독이!"(웃음) , 을 비롯해 20편에 달하는 영화의 미술을 맡았던 조근현 감독님이었어요. 외국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으신 분이더라고요. 직접 연출하신 영화 을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이분이 찍으면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 나오겠다 싶었죠. 원래 출연 제의가 오면 첫 만남에는 배우가 나오지 않는대요. 그런데 저는 너무 궁금해서 얼굴을 보러 갔어요. 나는 배우도 아니고, 발연기로 소문이 나 있는데 무슨 배짱으로 연락했느냐고요.(웃음)

Q. 이유가 뭐였대요?
이야기를 나눠보니 항상 뭔가 새로운 걸 찾는 분이더라고요. 우연히, 갑자기 제 생각이 났대요. 그리고 저에 대해 찾아보니 왠지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대요. 그냥 그게 다더라고요. 그다음부터 감독님, 스태프들, 배우들이 2주에 한 번씩 모여서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면서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면서 감독님이 저를 관찰하게 되고 거기서 영감을 받고, 스토리를 계속 고쳐나갔죠. 결과적으로 처음 시나리오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어요. 감독님도 새로운 경험이었대요. 저는 이러나저러나 너무 좋아서 행복하게 찍었어요. 예산이 적기 때문에 새벽부터 새벽까지 한 달 동안 바짝 타이트하게 찍었거든요. 힘들어도 꾹 참았어요.(웃음)

Q. 주인공이 김완선 씨와 많이 닮아 있겠네요.
저의 얘기가 많이 들어갔어요. 픽션과 논픽션이 섞인 거죠. 궁금해요, 저도. 막 편집이 끝났고 이제 해외 영화제 출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개봉은 올가을이나 연말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적은 예산을 가지고 독립영화 스타일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잘될지 안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저 제 개인적으로는 독립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그런 기회가 왔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Q. 4월에 하는 콘서트 연출도 조근현 감독이 맡았다고요.
작년 12월 중순에 영화 촬영을 마치고 콘서트 연출자를 찾던 중이었어요. 영화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콘서트 이야기도 하니까 공연 때 우리가 영화로 찍고 버린 장면들을 활용해도 된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이분이 연출을 하면 뭔가 다른 콘서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다른 가수들 콘서트에 게스트로 많이 나갔었는데 항상 그냥 (전형적인) 콘서트였어요. 나는 콘서트를 뭔가 다른 느낌으로 하고 싶다 그랬었거든요. 감독님한테 그 자리에서 바로 물었어요. 혹시 콘서트 연출은 해보실 생각 없느냐고요.(웃음) 저하고 감독님하고 성격이 비슷해요.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바로 재밌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영화 찍으면서 같이 고생하니까 스태프들 배우들 다 너무 많이 친해졌는데, 그러면 우리도 들어가겠다고 해서 결국 전부 다시 모여서 콘서트를 진행하게 됐어요. 기대가 돼요.

Q. 콘서트의 다른 스태프들도 인연이 깊은 분들이 많다고요.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작곡했던 손무현 씨가 음악감독을 맡아주셨어요. 무대에서 기타도 쳐줄 거예요. 그리고 저랑 20년 정도 함께 일한 장근배 씨도 댄서 단장을 맡아줬고요.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하면 표가 나잖아요.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니까 정말 재미있어요. 그리고 곧 나오는 신곡도 콘서트에서 부를 예정이에요. 지금까지 거의 해마다 곡을 발표하고 작년에는 네다섯 곡씩 싱글을 냈는데 사람들이 잘 몰라요. 보여줄 수 있는 곳도 없고요. 혼자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죠. 그래도 항상 만들면서 그래요.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좋겠다고요.

Q. 김완선의 음악은 어디쯤 와 있나요?
제 문제가 모든 음악을 다 좋아한다는 거예요. 일관성이 없죠. 이런 거 생각 잘 안 하고 그때그때 제 마음에 충실해서 원초적으로 작업하는 편이에요.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쌓일 거고, 쌓이고 난 다음에는 저만의 색깔이 보일 테니 다 과정 중에 있는 거라고 생각하죠. 아직 끝은 아니니까요. 음악뿐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그래요. 어릴 때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자유로워요. 물론 직업상 어느 정도는 대중을 의식해야겠지만 웬만해서는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만큼 스스로에게 충실하려고 해요. 나 자신,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해서 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이 마음을 잃지 않고 가는 게 제 바람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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