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경선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선 후보를 잇달아 만나 대선 연대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김 의원의 측근 의원은 이날 "김 의원이 비(非)문재인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3각(角) 연대' 모색에 나선 것"이라며 "3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연대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후보 단일화를 거쳐 국민의당이나 장외(場外)의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과 최종 후보 단일화를 하는 '단계별 연대론'도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홍준표 후보를 만나 점심을 함께하며 보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했다. 두 사람은 이날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당 대 당' 통합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나 "홍 후보와는 (과거) 당을 함께한 사이인데 못 만날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홍 후보와 대화는) 대선 본선 가능성을 보고 얘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왼쪽) 후보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공명선거 선포식’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가운데) 후보는 이날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두 후보는 최근 바른정당 김무성(오른쪽) 의원과 잇달아 만나 비(非)민주당 후보 단일화 성사를 위한‘3각 연대’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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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후보도 이날 "김 의원에게 대선 전에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게 옳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홍 후보는 다만 "대선 전에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합치는 건 시간상 어렵지 않을까 한다"며 "집권을 해서 대선 후에 당을 통합하자고 말했고 이에 대해 김 후보는 가타부타 답을 안 했다"고 했다. 홍 후보는 "좌파 정당 (집권을) 막을 수 있다면 중도 대연합까지 구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앞서 이달 초에는 안철수 후보와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향후 각 당의 후보가 선출되면 연대 문제를 제대로 논의해보자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바른정당의 다른 의원도 "일단 두 사람이 만난 것 자체가 연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다만 안 의원은 이 같은 연대 논의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 측은 "김 의원을 최근 만난 사실이 없다"고 만남을 부인했다.

김 의원의 이런 움직임은 반(反)문재인 단일 대오를 만들기 위한 사전 조율 성격이 있다. 현재 각 정당은 대선 경선을 진행 중이고 바른정당은 오는 28일, 한국당은 오는 31일, 국민의당은 다음 달 4일 후보를 선출한다. 하지만 세 당의 유력 후보 모두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바른정당 김용태 대선기획단장은 본지 통화에서 "현재로선 3당 후보 중 누구도 독자 힘으로 문 후보의 집권을 저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반문(反文) 단일 대오를 만들어 협치냐 아니냐를 놓고 싸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바른정당 일각에선 3당의 후보 3명과 장외의 김종인 전 대표 등이 모여 한 번에 경선을 치러 단일 후보를 뽑는 '원샷 단일화'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원샷 단일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후보 단일화의 시기와 방법을 놓고 각 당 주요 후보들의 생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도부가 반문 후보 단일화의 고리로 추진했던 '대선·개헌 투표 동시 실시' 방안이 사실상 무산된 배경에도 각 당 주요 후보들의 이견이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가 먼저 단일화하고 이어 국민의당 후보 등과 최종 단일화를 추진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란 얘기가 나온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친박 패권 문제가 정리된다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협력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당내에 있다"고 했다.

다만 한국당과 바른정당 일각에선 비문 단일화를 추진하더라도 보수 후보 단일화 선에서 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국민의당이 호남 표심이 이탈할 것을 우려해 단일화 논의에 나서길 꺼리는 점이 걸림돌"이라고 했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중도 대연합을 거론하면서도 "우파 단일 후보, 좌파 2명, 중도 1명이 후보로 나오는 4자 구도로 가면 보수에 승산이 있다"고 하는 것도 변수다. 반면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바른정당 내에 한국당과의 연대에 반대하는 의원도 적잖다"며 "한국당 내 친박 핵심 인사의 탈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보수 후보 단일화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