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재테크 상품? 양말 신발 결합한 명품 '삭스 슈즈', 없어서 못팔아
70만 원대 발렌시아가 스피드 러너, 'GD 신발'로 인기… 중고가 10배로 치솟아
바지+부츠 결합한 신개념 레깅스 부츠도 등장
"편하다, 독특하다" 삭스 슈즈 온라인 중고가 200만 원대에 판매되기도

베트멍이 2016 S/S 컬렉션에서 발표한 삭스 부츠,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스포츠 양말에 라이터 모양의 힐을 결합한 디자인이다.

“아, 그냥 양말 신지 말까?” 바쁜 아침, 잃어버린 양말의 짝을 찾느라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다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런 귀차니스트를 위한 새로운 유행이 등장했다. 바로 양말과 신발이 결합된 삭스 슈즈(Sock Shoes)다.

삭스 슈즈는 베트멍, 이지, 알렉산더 왕, 발렌시아가 등 럭셔리 브랜드의 패션쇼를 점령하면서 서서히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급기야 발렌시아가 쇼에는 바지와 신발을 결합한 ‘레깅스 슈즈’가 등장했을 정도. 이 파격적인 스타일은 소수의 유행을 넘어 대중 패션으로 퍼지고 있다. 발렌시아가의 스피드 러너 트레이너, 아디다스의 이지 부스트 등 연예인 신발로 인기를 끈 삭스 슈즈는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 GD도 반한 발렌시아가 삭스 슈즈, 70만 원대 가격에도 없어서 못팔아

삭스 슈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제품은 발렌시아가의 스피드 러너 트레이너다. 이 신발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즐겨 신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GD 양말 신발’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파리 컬렉션, 전시회, 공식 석상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 이 신발을 신고 등장해 슈어홀릭(Shoeaholic)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발렌시아가 스피드 러너 트레이너를 신은 지드래곤

발렌시아가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신발은 국내에 정식 출시되기 전부터 문의가 빗발쳤고, 출시 후에는 물량이 판매량을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매장에서는 완불 예약자에 한해 주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100명 이상의 대기자가 줄을 서 있어, 언제 제품을 받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 실제로 기자가 매장을 방문했을 땐 착용해 볼 수 있는 전시품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신발의 가격은 발목을 덮는 하이탑 스타일이 72만 원이지만, 온라인 구매대행 쇼핑몰이나 리셀(Resell∙사서 다시 되파는) 시장에서는 130만 원대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한 구매자는 “끈을 맬 필요 없이 양말처럼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데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살릴 수 있어 구매하게 됐다. 인기가 많아 잠깐 신다 되팔아도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어 일거양득”라고 말했다.

◆ 신발수집가들 사이에서 구매 경쟁 치열… 중고가 10배까지 껑충

지난 2월 아디다스와 미국 래퍼 칸예 웨스트가 함께 출시한 이지 부스트(Yeezy Boost)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양말처럼 쑥 신을 수 있는 일체형 구조에 얼룩말 무늬가 들어간 니트 스니커즈다.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응모한 후 당첨된 사람들에게만 구매 기회가 주어지다 보니 값어치가 더 높아졌다.

발렌시아가 스피더 러너 트레이터(위)와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아래)

고샤 루브친스키는 2017년 F/W 남성복 컬렉션에서 아디다스 풋볼과 함께 삭스 슈즈를 선보였다. 아디다스의 삼선 무늬와 양말을 결합한 형태다. 이 밖에도 아크네는 발목과 발뒤꿈치에 컬러 배색이 들어간 양말과 같은 유머러스한 스니커즈를 출시했고, 알렉산더 왕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함께 양말에 신발을 신은 듯 착시 현상을 주는 신발을 선보였다.

삭스 슈즈가 인기 제품으로 떠오르면서 신발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손에 쥐려는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 그렇다 보니 재테크 상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올해 2월 출시된 이지부스트 350 지브라의 경우 출시 가격이 28만9천 원이었지만, 리셀가가 100만 원대에 거래됐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20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삭스 슈즈는 유스(청년∙Youth) 세대가 원하는 편안함과 개성이라는 코드를 모두 갖췄다. ‘처음엔 저게 뭐야?’하는 반응이었지만 점차 유행으로 정착되고 있다”며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수장인 뎀나 바잘리아, 고샤 루브친스키, 칸예 웨스트 등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은 디자이너들이 유행을 주도한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 바지와 신발 결합한 신개념 레깅스 부츠도 등장… ‘삭스 슈즈’ 전성시대

여성 신발 역시 삭스 슈즈가 대세. 베트멍이 2016년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삭스 부츠가 시초다. 이 신발은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스포츠 양말에 라이터 모양의 힐을 결합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삭스 부츠를 선보인 이지의 2016 F/W 컬렉션, 바지와 하이힐이 결합된 레깅스 부츠를 선보인 발렌시아가 2017 S/S 컬렉션

발렌시아가의 2017 S/S 컬렉션에서는 바지와 하이힐이 결합된 신개념 부츠가 등장했다. 분홍, 보라, 노랑 등 선명한 색상의 레깅스 부츠가 과장되게 각진 어깨의 오버사이즈 재킷과 어울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이 실루엣은 곧 유행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아쉽게도 국내 매장에서는 바지와 하이힐이 결합된 팬티 슈즈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레깅스 부츠를 신은 듯 연출할 수 있는 스판덱스 바지와 삭스 부츠는 판매되고 있다. 삭스 부츠의 가격은 120만 원대다.

이에 대해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삭스 슈즈나 레깅스 부츠를 처음 봤을 때 ‘과연 저 신발이 팔릴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 놀랐다. 자기 PR 시대인 만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과감한 패션 제품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