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의 차이점을 아세요?"
배우 김민상(49)이 웃었다. 지난 21일 OCN 역대 최고시청률(6.3%·닐슨코리아)로 종영한 '터널'에서 그는 변사체 부검의(醫)로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는 연쇄 살인마 목진우 역을 맡았다. 백미는 30년 전 목진우에게 어머니를 잃은 형사 김선재(윤현민)가 "우리 엄마 왜 죽였느냐"며 울분을 토하자 대답 대신 미소를 짓는 장면. "감정대로 움직이는 사이코패스와 달리 소시오패스는 강한 이성이 감정을 억눌러요. 자신의 살인이 정당하다고 착각하는 목진우는 담담히 '그것도 몰라?' 하며 웃는 거죠."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민상은 "캐릭터 연구하면서 소시오패스에 대해 찾아보다가 '자주 웃는다'는 걸 발견하곤 대본에 없던 웃음을 자주 끼워넣었다"고 했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1992년 연극 '바리데기'로 데뷔했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2011년 '도가니'로 첫 영화를 찍었다. 청각장애 아이들에게 성폭행을 일삼는 '악마 교사' 박보현 역이었다. 그는 "같은 악역이라도 가상인물인 연쇄살인범 목진우가 차라리 연기하기 편했다"고 했다. "박보현은 비중 있는 역할이었지만 출연을 망설였어요. 손 부들부들 떨면서 원작소설 '도가니'를 읽었습니다. 이런 더러운 인간이 실존인물이라는 것에 격분하면서요. 용서의 여지가 없는 인물로 표현하느라 애먹었지요."
극 중 목진우는 '화이트칼라 범죄자'로 등장한다. 의대생이던 1987년 여성 5명을 목 졸라 살해한 그는 의사면허 취득 후 화양경찰서 소속 부검의로 근무한다. 또 다른 연쇄살인범 정호영(허성태)의 검거를 도우며 '조력자'처럼 등장하다가 진범임이 밝혀진 중반 이후부터 극적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어둠이 아니라 빛에 숨는 사람도 있다네"라는 6화의 독백이 특히 화제였다.
"감정 변화가 없는 인물이라 모든 대사를 한 음(音)으로만 처리했어요. 밋밋한 캐릭터가 될까 봐 인격장애를 겪는 '소시오패스' 특성에 더 집중했지요. 상대가 도발하면 1~2초쯤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을 희석시킨 뒤 덤덤하게 대답하는 식으로요."
김민상의 본명은 김용준이다. 10년 전 작명소를 찾아가 가명으로 쓸 이름 세 개를 받았다. '김도원'으로 일주일쯤 살다가 '옥돌 민(珉)'에 '상줄 상(賞)' 쓰는 지금 이름으로 바꿨다. "죽을 때까지 관객에게 옥돌처럼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라는 뜻 같아요. 목진우 보고서 부글부글 속이 끓어오르셨다면 성공입니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