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구속된 후 집에 돌아와 텅 빈 방을 보면서 결혼해서 데려올 때 했던 나의 다짐,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 중 유일하게 무죄가 선고돼 27일 석방된 조윤선(51) 전 문화체육부 장관. 그를 6개월간의 옥살이 끝에 풀려나오게 한 일등공신으로 남편 박성엽(56) 김앤장 변호사가 꼽힌다.
박 변호사는 통상관련 전문 변호사로 주로 공정거래위원회 자문이나 기업들의 독과점 관련 사건 등을 맡아왔다. 법정에서 직접 형사사건을 맡은 적은 없다. 그런 박 변호사는 부인인 조 전 장관이 작년 말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박영수 특검의 소환 조사를 받게 되면서부터 사실상 주 업무는 포기한 채 부인 변론에 전념해왔다.
박 변호사는 지난 3일 열린 조 전 장관 등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최후변론하면서 "변호사 생활을 30년 가까이 해왔지만, 개인적으로 형사 법정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형사소송 문외한"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최후변론을 하며 피고인석에 앉은 조윤선 전 장관을 이따금 바라봤다. 그는 "조윤선 피고인이 블랙리스트의 주범이라는 보도가 있은 후 저희가 할 수 있는 말은 '우리는 한 적이 없다'고 외치는 것 외에 달리 없었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평생 후회하지 않도록 이 사건에 전념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이 구속됐을 때를 회고하면서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무력감을 느꼈다"며 목이 멘 듯 말을 채 잇지 못했다. 남편의 이런 모습에 조 전 장관은 결국 피고인석에서 눈물을 쏟았다.
박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지난 1월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도 카카오톡으로 원거리 조언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해당 부분 증언은 계속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사정 당국에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해야 할 듯" 등의 조언을 실시간으로 전달했고, 조 전 장관은 테이블 아래 휴대폰을 둔 채 이 같은 남편의 지시를 확인하면서 증언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박 변호사,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인 조 전 장관은 서울대 캠퍼스커플로 만나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함께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