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쯤이면, 제주도 바닷가 곳곳이 소란스러워진다. 해녀와 스쿠버다이버 사이 벌어지는 다툼 때문이다. 대개 스쿠버다이버가 물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고, 해녀들이 이를 제지하며 충돌이 벌어진다. 제주도를 오가는 관광객들 때문에 이 싸움은 뭍에까지 널리 알려졌지만, 해를 거듭해도 달리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날이 더워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해녀와 다이버의 다툼이 종종 소개된다.

해녀와 스쿠버다이버 사이 다툼 관련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양 측의 주장이 정리돼 있다.

해녀들은 스쿠버다이버가 소라, 해삼, 멍게 등 해산물을 불법채취하는 바람에 씨가 말랐다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부 스쿠버다이버는 자신들이 해산물 잡는 게 합법이라 말한다. 그들은 도리어 해녀가 남들 채취활동을 방해하는 게 불법인데도, ‘해녀 우상화’ 정책 때문에 법적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박한다. 제주도에 다녀온 분이야 많지만, 이들 중 어느 쪽이 맞는지를 정확히 아는 분은 드물 게다. 누구 주장이 옳은 걸까.

#해녀 勝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쿠버다이버 쪽이 틀렸다.
제주도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해녀가 조업하는 곳은 제주도가 어업허가권을 내 준 구역이다"며 "하지만 다이버 중 어업허가권을 받은 이는 한 명도 없으니, 이들 채취활동은 모두 불법"이라고 말했다.
해녀가 남들 채취활동을 방해하는 게 불법이라는 주장은 어떨까. 제주도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어업허가권 없이 해산물을 가져가는 건 절취행위다"며 "오히려 해녀들이 경찰에 신고하면 수사 착수도 가능하다"고 했다.

#'해녀 우상화론'은?
물론 법이 그렇다 한들 스쿠버다이버들이 순순히 납득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제주도의 '해녀 우상화 정책' 때문에 해녀들에게만 어업허가권이 독점적으로 주어진다 말한다. 실제로 제주도 해안가 어장 대부분은 해녀만이 어업권을 갖고 있다. 이들 주장대로, 불합리한 특혜주기가 있는 걸까.

제주도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제주도 연근 어장 자체가 99%는 해녀들이 만든 곳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제주도에 행정체계가 잡히기 전부터 해녀를 중심으로 한 ‘어촌계’가 어장을 꾸려왔다”며 “다이버 등 외부인에게 어업허가권을 내주려면 해녀의 어업권을 회수해 와야 하는데, 남 준답시고 해녀 손으로 짓고 키워온 어장을 뺏는 거야말로 부당한 처사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해녀 우상화 정책 같은 건 없고, 그저 애초에 해녀가 만든 어장이기 때문에 어업허가권을 독점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그럼에도 지금도 물 속에 들어가 수산물을 적발된 스쿠버다이버들은 분명 존재한다. 지난 5월 서귀포해양경비안전서는 밤 시간을 틈타 해삼 등 해산물 2.2t 상당을 불법 포획해 판매한 양모(49)씨 등 2명을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이들은 스킨스쿠버 장비를 이용해 잡은 해삼을 해삼 종묘장과 횟집 등에 팔아치워 5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정모(41·대구)씨가 무허가 스킨다이빙을 한 혐의(해사안전법 위반)로 제주 서귀포해양경비안전서에 붙잡혔다. 해경에 따르면 정씨는 11일 오후 11시30분쯤부터 이날 자정 0시20분쯤까지 서귀포 화순항 동방파제 안쪽 해상에서 불법 어구(작살)를 가지고 무허가 스킨다이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스쿠버다이버 전부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라 한다. 김성일 제주도 수중레저연합회장은 “정식 스쿠버다이버 교육을 받은 이들은 수산물을 건드리는 행위가 불법임을 잘 알고 있으며, 레저만을 즐길 뿐 절대 채취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간혹 잠수해 들어가 함부로 바닷속을 해집거나 수산물을 잡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자들로 우리 협회에서는 이런 행동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하간 이런 이유로, 제주 바닷속에 들어가는 이라면 그 누구도 마을어장을 건드리면 안 된다. 비단 스쿠버다이버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분을 포함한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당신이 해녀가 아닌 이상 말이다. 혹시나 제주도 물속에서 소라나 해삼 따위를 마주할 기회가 오더라도, 건드리지 말고 곱게 놓아 보내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