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6시쯤 서울 광화문지하도 교보문고 입구쪽. 지하도 양쪽을 따라 10대, 20대 여성들 300여명이 두겹, 세겹으로 빽빽하게 줄지어 서 있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내 핫트랙스 안쪽까지 몰린 팬들까지 감안하면 족히 600명은 넘어 보였다. 모두 아이돌 보이그룹 '워너원' 데뷔 앨범을 사러 온 사람들이었다.
워너원은 케이블방송 엠넷의 '프로듀스 101 시즌2'(이하 프듀2)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의 첫 앨범 '1X1=1(TO BE ONE)'이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판매가 시작됐다. 음반 판매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든 건 서울에서 첫 음판구입자 '서울 1등'이 되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보문고뿐 아니라 이날 전국에 있는 워너원 팬들은 각지의 대형 음반매장에서 아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음반을 구매했다. 매장 입구 바깥쪽에는 삼삼오오 모인 팬들의 '교환장'도 생겼다. 앨범에 있는 포토카드를 서로 좋아하는 '오빠'별로 나눠갖기 위한 팬들의 모임이다.
'박모씨'라 밝힌 22세 여성팬에게 '워너원' 열풍을 들어보았다. 그의 손에는 워너원 멤버 라이관린의 포토카드가 들려 있었다.
- 더운 날씨에 굳이 줄까지 서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음반을 사야 하나.
"오늘이 발매일인데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배송 시간이 오래 걸린다. 팬 입장에서 한시라도 더 빨리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대형 음반판매점을 찾았다. 또한 대형 음반 판매점을 찾아야 앨범 판매량이 (인기 순위) 차트에 잘 반영된다고 해서 (일부러 매장을 찾았다.)"
- 여기 말고 어디 또 팬들이 모여있나.
"신도림하고 강남 쪽 매장에 팬들이 모여있다. 하지만 여기가 가장 많다."
- 이유가 있나.
"포토카드 교환장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이쪽으로 왔다."
또 다른 여성팬 권모(26)씨는 자신을 "워너원 멤버 황민현의 팬"이라고 말했다.
- 앨범 판매 대기 줄이 길다. 얼마나 기다렸나.
"운이 좋아 30분 정도만 기다렸다."
- 안 덥나.
"5호선 광화문역 지하 통로로 줄이 이어져 그나마 시원하게 기다렸다."
- 현장 '포토카드 교환'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앨범이 2가지 버전으로 나왔다. 스카이, 핑크 등 2가지 버전이 있다. 각 앨범 타입 별로 다른 콘셉트의 자켓 사진이 들어있다. 앨범 안에는 포토카드가 별도로 들어있는데, 전체 멤버의 사진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을 얻기 위해 서로 교환한다고 보면 된다. 그 외에도 앨범을 둘러싼 띠지 형태인 '슬리브' 사진도 서로 교환한다. 콘셉트 앨범(2가지), 멤버(11명), 음반 내 포토카드 등 아이템(3종류) 등을 감안하면 2662가지의 경우의 수가 나오는데 2000장 넘게 구매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교환한다."
- 약간은 상술같다.
"동감한다. 멤버의 인기별로 줄세우기 문제도 제기된다.(웃음)"
교보문고에서 만난 다른 팬 최모(23)씨는 "나는 앨범 2장을 샀는데, 주변에는 10~20장씩 사는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워너원은 앨범 발매 하루 전 서울 고척돔 쇼케이스를 통해 공식 데뷔했다. 이날 쇼케이스에도 2만명 운집했다. 고척돔 입장을 위해 줄을 선 팬들이 고척돔 인근 다리를 가득 메운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를 위한 '홍보대행'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워너원 멤버의 뮤직비디오가 몇 백만뷰를 돌파한 수치를 기록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형태로 뿌리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