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친구(14)를 살해하고 산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모(35)씨. 희귀병과 싸우는 '미담(美談) 다큐' 속 주인공이었던 그는 이제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경찰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눈길을 끈 건 옷 틈새로 드러난 위협적인 문신(文身)들이다.
이씨는 2006년 12월 MBC 닥터스 '어금니 아빠의 약속' 편을 시작으로, 올해 2월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까지 모두 아홉차례에 걸쳐 TV에 나왔었다. 방송을 활용해 자신과 마찬가지로 '거대 백악종'을 앓는 딸 수술비가 필요하다며 후원금을 모집했다. 후원을 호소할 때 이씨 손에는 붕대가 감겨있었고, 문신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말 후원금으로 문신까지 한 걸까. "이씨처럼 문신을 하려면 수천만원이 든다" "사망한 부인 최모(31)씨도 팔뚝 아래와 무릎 밑을 제외하고 온 몸에 문신이 있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씨의 '화장실 셀카' 사진도 뒤늦게 퍼지는 중이다. 쇄골부터 팔목까지 빽빽하게 새긴 '조폭 문신' 인증샷엔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숙성된 진정한 36년산 양아오빠' '긍게 어쩔??' '눈 깔아주삼~^^'.
은 10여년 경력의 유명 타투이스트(남·30대)에게 이씨 문신에 대해 물어봤다.
-어금니 아빠, 이씨 문신이 요즘 젊은이들이 하는 타투와는 달라 보인다.
"이씨가 한 문신을 '이레즈미'라고 부른다. 이레즈미는 문신을 뜻하는 일본어지만, 독특한 일본 양식은 따로 있다. 일본 판화 우끼요에처럼 부드러운 선을 사용하고, 용, 잉어 같은 에도시대 풍속화 그림을 빽빽하게 새기는 게 특징이다. 일본 야쿠자들이 많이 하는 전통 문신이다. 이씨는 이레즈미 말고도, 한쪽 팔에는 영어로 문구도 남긴 것 같다. 흐릿해서 무슨 문구를 남겼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조폭이 하는 위협적인 문신 같아 보인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저런 이레즈미 스타일이 80%였다면, 지금은 이레즈미를 하는 사람이 절반도 안된다. 최근 몇년 새 타투 장르가 다양해져서 이제는 패션 타투, 치카노(멕시코계 미국인이 주로 하는 광대나 해골, 예수 문신), 블랙 앤 그레이(정교한 명암으로 입체감이 돋보이는 흑백 문신)가 인기다."
-이레즈미 문신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인가. 대부분 조폭이나 흉악범인가.
"이번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이레즈미에 대한 나쁜 인식, 조폭·흉악범이나 하는 것이란 편견이 더 퍼질 것 같아 걱정된다. 조폭이 아닌 사람도 이레즈미를 많이 한다. 내 손님 중에 이레즈미를 하는 사람은 조폭과 일반인 비율이 5대5 정도다. 한 중학교 선생님에게도 이레즈미를 해준 적이 있다. 옷 입으면 안 보이도록 배, 어깨, 등판에 하고 갔다."
-이씨처럼 온몸 문신을 하는 사람이 많은가.
"흔치 않다. 저렇게 온 몸에 문신을 하는 사람은 문신한 사람의 10%도 안될 것이다."
-이씨처럼 문신을 하려면 몇 시간이 걸리나.
"보통 피부 트러블 때문에 하루에 최대 3시간 정도만 시술한다. 이 정도 크기라면 3시간씩 최소 40회는 해야한다. 아파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며칠씩 쉬는 경우도 있어서 적어도 두 달은 걸렸을 것 같다."
-한 번에 다 할 수는 없나.
"못한다. 정상적인 문신 시술자라면 절대 그렇게 안 한다. 피부가 받는 충격이 크고, 상처가 나면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피부 탄력이 떨어져서 문신이 또렷하게 안 새겨지고 잉크가 잘 번진다."
-'이씨 문신 값이 3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말인가.
"가격은 시술자에 따라 천차 만별이다. 다만 5년 이상 경력자가 전신에 시술했다면 2000만~3000만원 정도 들었을 것이다. 사진에 보이는 부분만 문신을 했다면 600만~1000만원 정도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