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내부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정직 4개월을 받은 임은정(43·사법연수원 30기) 검사의 징계를 취소라하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4년 12월 대법원에 상고된 지 2년 11개월만에 나온 것이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31일 임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징계를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 검사는 지난 2012년 12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소속으로 근무하던 중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된 고(故)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내부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선고해달라’는 취지의 이른바 ‘백지구형’ 방침을 정한 상태였다. 임 검사는 무죄 구형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공판2부장은 이 사건을 다른 검사가 담당하도록 지시했다.
임 검사는 결심공판 당일 법정으로 통하는 검사 출입문에 “무죄를 구형하겠다”는 쪽지를 붙이고 문을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다.
이에 법무부는 2013년 2월 임 검사가 검찰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아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임 검사는 “다른 검사로 하여금 백지구형을 하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 백지구형은 법적 근거가 없어 직무이전 명령은 위법하다”며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임 검사의 징계사유를 인정하면서도 정도가 지나치게 무겁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가 이뤄져 백지구형 대신 무죄구형을 했다고 해도 형사재판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비위 정도에 비춰 정직 4개월은 상당히 높은 중징계로 지나치게 과중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지적했다.
2심은 백지구형을 적법한 지시라고 할 수 없어 무죄 구형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백지구형이 상급자의 적법한 지시라고 할 수 없어 이를 따를 의무가 없다”며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사의 의무를 우선해 무죄 의견을 진술한 것으로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앞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달 권고안을 통해 “임 검사에 대한 징계조치를 시정하고 실질적인 피해회복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