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펄떡 뛰는 심장의 움직임, 맥박을 템포의 기준으로 삼았던 서양음악과 달리 국악은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한 번의 호흡을 한 템포로 잡았어요. 우리 음악은 유장한 안일감에 명상성이 두드러집니다."
가곡 '비목'의 작사자이자 1990년대 후반 국립국악원장을 지낸 한명희(78·사진) 이미시문화서원 좌장이 최근 우리 음악의 미학적 특징을 똘똘 말아 정리한 교양 인문서를 펴냈다. '한국음악, 한국인의 마음'(열화당)이다.
1994년 조선일보사에서 출간해 당시 3쇄를 찍고 KBS 국악대상 출판상도 받았던 저서 '우리가락 우리문화'를 개정·증보했다. 한 좌장은 "지난 20여년간 발전한 생각이 많아 문장과 내용을 전부 새로 썼다"고 말했다. 그는 "'국악이 서양음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바탕으로 내 주관적 견해를 피력한 결과물"이라며 "한마디로 국악은 '호흡의 음악', 서양음악은 '맥박의 음악'"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의 우리는 농본(農本) 사회였다. 파종을 하고 느긋이 인내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긴 호흡으로 세상을 보는 게 그 시대 생활 리듬이었으니 춤사위도, 음악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해외 유학생들이 이 책을 읽길 바란다"며 "우리 음악이 서양음악과 뭐가 다른지 알면 우리 내면의 뿌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