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희생된 사망자 29명 중 20명은 2층 여자 사우나에서 발견됐다. 3층 남자 사우나에 있던 이용객 대부분은 목숨을 건졌다. 삶과 죽음을 가른 것은 비상구였다.

2층 사우나 비상구… 20명 생명길은 막혀있었다 - 21일 화재가 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비상계단에서 2층 여성 사우나로 통하는 비상구 문을 열고 본 모습. 비상구 너머 안쪽 공간은 목욕 바구니 등을 보관하는 창고다. 주변에 선반이 설치돼 있어 비상구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비좁다. 화재 당시 2층 여성 사우나에 있던 사람 20명은 이 비상문을 찾지 못해 정문으로 내려가려다 변을 당했다.

3층에 있던 사람들은 사우나 가장자리에 있는 비상구를 통해 계단을 내려와 탈출했다. 건물 구조를 아는 사우나 이발사가 이들을 안내했다. 2층 여성들은 비상구를 찾지 못했다. 알 수도 없었다. 이용객이 많은 이발소에 비상구가 있었던 남성 사우나와 달리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로 통하는 공간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다. 비상구 입구 주변에는 손님들의 목욕 바구니를 올려놓는 선반이 양옆으로 설치되어 있어 한 사람이 통과하기 어려울 정도로 좁았다. 비상구임을 알리는 비상등도 꺼져 있었다.

목격자 증언과 현장 상황을 종합하면 여성들은 비상구 대신 사우나 정문으로 탈출하려다 계단을 타고 들이닥친 유독가스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20명 중 시신 11구가 정문 앞에서 발견됐다. 나머지 9구의 발견 장소도 정문 부근이었다.

여자 사우나에 있다가 정문을 통해 탈출한 A(57)씨는 "비상벨 소리와 대피 방송을 듣자마자 뛰어나왔다"며 "뒤따라 나온 다음 사람은 이미 얼굴에 검댕을 뒤집어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 얼마 후 유독가스가 정문 계단으로 바로 솟구쳤다는 것이다. A씨는 "남아 있던 사람들은 비상구를 통해 탈출했어야 했는데 선반들이 가득 찬 창고 구석에 있어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비상구 탈출을 주도한 이발사 김종수(64)씨는 "비상벨 소리를 듣고 창밖을 보니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며 "손님을 비상구로 유도하고 나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2층은 3층보다 지상에서 가깝다. 2층 여성 사우나에도 넓은 통로와 비상등이 확보되고 최소한 비상구를 아는 관계자가 있었다면 남성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탈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화재 초기 이른바 '골든타임' 때 비상구 탈출은 생사(生死)를 가르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소방대 진입과 구조는 그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때 큰 참사는 대부분 기본을 지키지 않거나 몰라서 일어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