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베이징 외곽의 명나라 황릉 유적 '명13릉(明十三陵·사진)'을 복원하기 위해 인근 주민 1만5000명을 이주시킨다고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언론들이 보도했다.
명13릉은 명나라 황제 16명 중 13명이 묻혀 있는 '황제들의 저승 궁전'으로 불린다. 몽골 정벌에 나섰던 영락제, 농민 반란군 이자성의 난으로 자결한 명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 등이 묻혀 있다. 임진왜란·정유재란 때 조선을 돕다 나라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만력제의 능도 있다. 만력제릉에서는 벽돌로 지은 지하 궁전과 3000점의 보물이 출토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총 13개 황릉 가운데 영락제·만력제·융경제 등 3개 황릉만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곳은 진시황릉과 함께 가장 잘 보존된 중국 황제 무덤 유적으로 꼽힌다.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베이징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이 유적의 총면적이 약 120㎢(여의도 면적의 약 41배)에 달한다. SCMP는 일부 황릉 유적지에서 주민들이 옥수수 농사 등을 지어왔다고 했다. 중국 베이징시 관계자는 "친환경 마을을 만들어 주민들을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가 완료되면 명13릉 주변에 약 80㎞의 장벽이 세워질 예정이다.
복원이 진행되면 지금까지 개방되지 않았던 나머지 10개 황릉과 발굴되지 않고 묻혀 있던 문화재들도 빛을 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