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당일을 맞아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오늘(9일·한국 시각) 오후 8시 개막식으로 시작된다.
특히 이번 평창올림픽은 북한이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체제 아래서 폐쇄적이고 강경한 외교 노선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북 단일팀 결성에 합의하고,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고위급 대표단 단원으로 파견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도 북한과 적극 협력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면서도 북한의 참가 소식에 긴장을 풀지 않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 시각) 백악관으로 탈북자 8명을 초청해 만나는 자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은 북한의 핵개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평창) 뒤엔 (무슨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북핵·미사일 문제와 더불어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외신들도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다각도로 다루는 등 관심을 표하고 있다.
◇ NYT “전쟁으로 갈라진 (한국과 북한) 양국의 진귀한 단결을 본다”
뉴욕타임스(NYT)는 “남북한은 1950~1953년 동안 벌어진 6·25한국전쟁을 끝내기 위해 평화 조약을 맺은 적이 없었고, 이에 양국은 올림픽에서도 긴장된 경쟁 관계를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남북한은 올림픽을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인한 대립과 긴장을 풀 수 있는 기회로 간주하게 됐다”고 8일(현지 시각) 전했다.
남북한이 ‘올림픽 외교’를 활용해 현실을 초월한 훨씬 더 큰 목표, 즉 분단된 한반도의 단합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실현되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NYT는 “한국과 북한의 스포츠 외교는 2008년 한국에서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동결됐다”며 “그러나 지난해 5월 남북간의 교류를 열망하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올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또 NYT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UN) 회의에서 한 발언을 재조명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평화를 밝혀주는 촛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어 “북한도 여자 하키 단일팀 합류에 동의하는 등 융통성있는 행보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NYT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두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매체는 “한국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협상하면서 그들에 대한 원조를 약속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한국은 이미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라는 중요한 양보를 했다”고 지적했다.
◇ BBC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외교적 돌파구가 될 수는 없다”
BBC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참가 의의 뿐만 아니라 북한의 올림픽 역사, 스포츠 수준, 메달 전망 등을 다뤘다.
BBC는 “한반도는 1950~1953년 전쟁 이후 분단됐다. 양측은 평화조약에 서명한 적이 없고, 1988년 서울올림픽이 양국이 함께한 마지막 올림픽이었다”며 “2017년 북한은 미 본토에 도달 가능한 로켓을 포함해 수많은 미사일 실험을 자행했고, 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전례없는 격한 갈등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BBC는 이어 “그러나 김정은은 신년 연설에서 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보였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이후 북한은 선수단과 예술단 파견 합의에 이어 수년 만에 처음으로 ‘명목상 국가 원수’를 남한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 단원으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여정은 김일성의 손녀로, 북한이 김일성 일가의 일원인 ‘백두혈통’을 남한에 직접 파견한 것은 6·25전쟁 이후 68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BBC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그들의 외교적 돌파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BBC는 “이는 긴 외교적 노력의 결과가 아니며, 근본적인 긴장이 종식된 것이 아니다”며 “아직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분석가의 말을 빌려 “향후 (북한의) 대량 무기든, 이산가족 상봉이든, 다른 전략적 문제를 둘러싼 (남북한의) 모든 상호 작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WP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과 함께 한·미 ‘불협화음’ 확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과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얼어붙었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기회를 찾고자 한다”며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행보에 함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히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 문제를 놓고 ‘불협화음’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을 따라 한국을 방문 중인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는 “펜스 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을 통해 (북한과) 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직접 물었는데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는 올림픽 성화가 꺼진 뒤 대북 관계의 해빙 관계가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며 “이와 더불어 올림픽 이후에도 북한을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WP은 이어 “이미 미 국무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중 북·미 접촉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며 “실제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한) 외교적 돌파구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WP와 인터뷰에서 “모든 (평창 동계올림픽의) 분위기는 좋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이것이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것(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이 효과가 있기를 바라지만, 이전의 노력들도 2~3단계를 거친 뒤 다시 1단계로 돌아갔었다”고 말했다.
◇ 인디펜던트 “모든 한국인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스포츠 외교’를 반기진 않는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한국인들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강조하는 것에 엇갈리는 감정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디펜던트는 “많은 이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 관계가 진보하고 화해 무드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이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인디펜던트는 라니아 신 이라는 한국 여성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신씨는 “나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효과) 낙관적이지 않다”며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미디어가 김여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북한이 항상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여자하키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불만도 토로했다. 그는 “한국 선수 절반은 연습을 열심히 해놓고도 (올림픽에) 참가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화가 날만 하다”고 말했다.
인디펜던트는 또 한국의 회사원인 송호영씨가 “정부는 북한에 돈을 쓰지 말고, 한국 선수들과 젊은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디펜던트는 익명의 한국 정부 관계자와 인터뷰한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국민들은 올림픽 개막식과 폐회식에서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을 보기 불편해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원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잘못 계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CNN “마이크 펜스와 김여정, ‘어색한 만남’”
CNN은 미국 고위급 대표단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펜스 미 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으로 파견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만남에 주목했다.
CNN은 “지난 2011년 한국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때, 7년 뒤 북한과 미국이 마주하게될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지만, 그들을 대신할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을 보냈다”고 전했다.
CNN은 “이들의 만남은 ‘어색한 만남’이 될 것”이라며 “김여정은 지난해 미 재무부의 공식적인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또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뒤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도 그 자리에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 신화망 “한반도의 완화된 분위기를 소중히 여겨야”
중국 관영 신화망(新華網)은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완화된 분위기에 주목하며,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둘러싼 압박 강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화망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은 북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미·일본 한국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일본 도쿄에서 회담을 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미·일이 계속 압박해 고립시키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신화망은 “남북 관계 완화와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는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바”라며 “남북한이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 노선을 회복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것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화망은 또 “한반도의 정세가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극단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은 완화된 국면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해 견해 차이를 좁히고 이해와 신뢰를 증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각국은 지금 한반도에 나타나고 있는 완화된 분위기를 소중히 여겨 극단적인 압박을 줄이고, 온화한 소통을 통해 긍정적인 신호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