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경기가 열렸다. 경기를 마치고 관중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는 박승희.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4년간 잘 달려온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박승희(26·스포츠토토)가 꿈의 평창올림픽, 강릉오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1000m 도전을 마친 후 소감을 밝혔다.

박승희는 14일 오후 7시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펼쳐진 평창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경기 9조 아웃코스에서 독일의 가브리엘 히르슈비클러와 맞대결을 펼쳤다. 마지막까지 거침없는 도전적인 스케이팅을 선보이며 1분 16초11의 기록, 전체 16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마지막 600m 구간에서 다소 처지며 자신의 시즌 베스트 기록 1분14초64에 미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레이스에 홈관중들의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박승희는 쇼트트랙 스타다. 소치올림픽 쇼트트랙에서 2관왕에 오른 후 그녀는 새 도전을 선언했다. 언니 박승주가 타던 롱코스,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오랜 동경을 실천에 옮겼다. 그녀는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두 종목에 용감하게 도전한 첫번째 한국선수다. 쇼트트랙 메달의 꽃길을 마다하고 스피드스케이팅 가시밭 도전을 선택한 박승희는 "너무 힘들 때면 왜 내가 이 힘든 도전을 선택했을까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후회는 없다. 안방 팬들 앞에서 최고의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4년간의 땀을 얼음판에서 후회없이 증명했다.

경기 후 박승희는 눈물을 흘렸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승희는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 더니 또다시 눈가가 빨개졌다. 경기후 가족들이 앉은 관중석으로 갔다. 엄마얼굴을 봤는데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솟았다" 고 했다. 취재진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도전한 한국 최초의 선수다. 역사를 썼다'고 하자 박승희는 환한 미소로 "감사해요. 그렇게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라며 고개 숙였다. 뜨거운 안방 응원에고 감사를 표했다. "쇼트트랙 때는 금메달 후보라서 응원해주시는 게 일견 당연하게 느껴졌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선 메달 후보도 아닌데 아무 조건없는 응원을 보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15초대를 목표삼은 레이스에서 마지막 구간 페이스가 떨어진 부분을 아쉬워 했다. "600m 구간까지는 잘탔는데 마지막에 생각보다 떨어져서 아쉽다. 1초 이상 줄이고 싶었다. 15초대를 타고 싶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치올림픽 직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면서 외롭고 힘든 순간이 많았다. "정말 힘든 순간이 많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끝까지 참고 열심히 했다. 가족이 힘이 됐다. 평창올림픽의 목표도 뚜렷했다. 그동안 스스로를 너무 칭찬해주지 못했는데, 이제 지난 4년간 잘 달려온 내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아까 경기 끝나고 우는 것같던데.

▶아, 왜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창피해요. 마지막에 엄마를 봤는데 제가 마지막 올림픽이다 보니 눈물이 났다. 마지막 끝나고 내려오기 전에 엄마가 앉은 곳을 알아서, 손을 흔들었는데 눈물이 났다. 마지막 올림픽이어서 그런것같다. 감사해서… 메달권에 있으니까 응원해주실 수 있는데 확실한 메달권도 아닌데 조건없이 너무 많이 응원해줘서 너무 감사드린다.

-쇼트트랙 때 응원과 스피드에서의 응원은 느낌이 달랐을 것같다.

▶스피드스케이팅이 더 긴장 되는 게 이건 혼자 달려가는 것이니까, 제가 생각했을 때 4년이라는 시간이 10년 넘게 쇼트트랙 하다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충분히 잘 타는 모습을 보여드리기에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힘들기도 했다. 쇼트트랙 때는 응원해주셔도 생각보다 관중석과 거리가 멀다. 여기는 정말 가깝다. 얼굴도 다 보인다. 그래서 더 긴장이 됐다. 세번째 올림픽인데 왜 긴장했는지 모르겠다.

-오늘 레이스는

▶초반은 너무 잘 탔는데, 마지막에 생각보다 떨어져서 아쉽다. 조금만 당겨서 15초 탔으면 너무 좋았을 것같다. 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14초대가 베스트인데 오늘 다른 선수들도 자기 최고 기록보다 1초 이상 못탔다. 15초 대 들어갔으면 조금 더 좋았겠지만 후회는 없다.

-마지막 올림픽인가.

▶올림픽은 마지막일 것같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올림픽에서 다른 종목으로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 감사하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올림픽에 도전한, 빙상의 역사를 새로 쓴 선수다.

▶감사하다. 좋게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스피드스케이팅이 발전돼서 메달도 많이 따고,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오늘 평창 레이스 몇 점 주고 싶나.

▶진짜 준비를 열심히 했다. 90점은 주고 싶다. 마지막이 너무 아쉽다. 완벽하게 끝나는 올림픽은 없다. 소치 때도 500m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 그때도 90점은 됐다. 밴쿠버때는 더 아쉬웠다. 모든 선수가 비슷하겠지만 완벽하게 100% 만족하는 경기는 있기 힘들다. 모든 선수들이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서 90점이다.

-소치와 평창의 점수를 똑같이 90점으로 매긴 이유는

▶소치는 10년 넘게 쇼트트랙 타다가 나갔던 올림픽이다. 월드컵에서 메달을 죽 따왔기 때문에 2관왕은 쉽지 않지만 그정도는 했어야 한다. 스피드 전향후 4년은 생각보다 짧았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올림픽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같은 점수를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애정도를 굳이 비교하자면

▶쇼트트랙이 좀더 마음이 가긴 하는데 생각보다 스피드가 너무 힘들었다. 아시아선수가 잘 타긴 힘든 종목이다. 계속 스피드를 2-3년 더 타면 모르겠지만 4년만에 뭔가를 하려고 했다는 것은 힘든 도전이었다. 오늘 몇위 했는지 확인도 못하고 나왔다. 쇼트트랙에 애정도가 조금 더 있다. 그래도 스피드하면서 배운게 너무 많다.

-스피드스케이팅 전향 후 외로울 때 많았을 것같다.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쇼트트랙같은 단체종목이 없어서 오로지 혼자 생각하고… 외로운 점이 있었다. 쇼트트랙은 단체종목때문에 즐겁게 재밌게 했는데, 그런데 지금 선수촌 우리방이 너무 재밌다.(박승희는 심석희 노선영 등과 방을 함께 쓰고 있다.) 석희도 오늘 본다고 했는데 오늘 경기장에 오고 싶어했는데 못왔다. 저를 그리워하고 있었더라. 방이 재밌어서 여기 와서는 외롭지 않았다.

-남은 올림픽 기간은 어떻게 보낼지.

▶후회는 그만하고 싶다. 제가 팀추월 후보로 되어 있어서 여기 계속 있을 것같다. 훈련을 다같이 하면서 22일에는 쇼트트랙 경기 보러 갈 것같다.

-마지막 올림픽, 결승선 통과할 때 기분은

▶제일 먼저 기록부터 봤는데 아이고 했다. (올림픽이) 이제 끝났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힘들어서 빨리 후회없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쇼트트랙에선 늘 메달후보로 꼽혔는데 이번에는 관심을 덜 받아서 서운하진 않았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4년전에 메달을 땄고 스피드스케이팅을 하면서 위도 아래도 다 경험했다. 잘하는 선수들이 나오면 그 선수들이 주목받는 건 당연하다. (저에게) 관심을 주시면 된다.(웃음)

-쇼트트랙에 비해 메달 압박감은 덜했을 것같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메달 부담은 없었다. 순위권 선수가 아니였다. 다만 실수없이 제 기량을 펼치고 싶은 긴장감이 컸다.

-소치올림픽 때는 삼남매(박승주, 박승희, 박세영)가 함께 했었는데 베이징올림픽 때 동생 박세영만 남게 되는 건가..

▶맞다. 4년 후 동생만 남는다. 잘했으면 좋겠다.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싶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동생이 잘할 거라 믿는다.

-스피드스케이팅을 힘들게 하면서,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은 안했는지.

▶그만두고 싶은 생각 정말 많이 했다. 끝까지 참고 열심히 했다. 이렇게 경기까지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해 저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스스로에게 칭찬 많이 안해줘서…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 어떻게 버텼나.

▶가족이 힘이 됐다. 평창올림픽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버텼다.

-고다이라 나오와 오늘 함께 레이스했다. 이상화 언니에게 응원 한마디 한다면?

▶상화언니는 굳이 말 안해도 혼자 알아서 잘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굳이 안해도 된다. 부담만 될 것같아서.(웃음) 올림픽은 모른다. 1등이든, 2등이든 올림픽은 운명이라 생각하고 언니가 마음 놓고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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