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페인 북부 라 파시에가(La Pasiega) 동굴 벽화<사진>가 최소 6만년 전에 그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이 동굴벽화를 그린 예술가들은 현생 인류의 조상보다 앞선 네안데르탈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돼 고고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년 전 멸종한 인류의 사촌이다.
미국 사이언스지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게재했다. 더크 호프만 교수 등 독일,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고고·물리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동굴벽화가 네안데탈인에 의해 그려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스페인 북부 라 파시에가 동굴 지대, 스페인 서부 말트라비에소 등에 그려진 동굴벽화를 분석했다. 우라늄 등 방사성 물질로 연대 측정(U-Th dating)을 실시한 결과, 이중 라 파시에가의 벽화가 약 6만4800~8만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됐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는 4만년 전 그려진 스페인 북부 엘 카스티요 동굴에서 발견된 붉은 원반그림이다.
이번 연구는 ‘네안데르탈인도 그림을 그렸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여겨져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해온 것은 4만~4만5000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1868년 스페인 북부에서 발견된 알타미라 동굴 벽화 등이 호모 사피엔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벽화에 동물 등과 함께 추상적인 기호도 그려져 있는 점도 주목했다. 기호를 썼다는 것은 네안데르탈인이 과거 알려졌던 것보다 고도의 지성을 갖추고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선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그림 능력을 둘러싸고 종종 논란이 일곤 했다. 네안데르탈인은 동물을 창으로 찔러 사냥을 하고, 불을 피우는 능력은 갖췄으나 그림을 그리는 능력은 없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얼마 전엔 미국 UC 데이비스의 심리학자인 리처드 코스 교수가 네안데르탈인이 그림을 그릴 수 없었기 때문에 멸종했다는 이색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인류 진화 역사의 기존 통설을 뒤집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