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크렘린궁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직접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푸틴'을 인터넷에 공개했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푸틴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려는 선전물이다. 푸틴의 대선 캠프 대변인을 맡은 정치평론가 안드레이 콘드라쇼프가 제작했다. 2시간 분량이다.
영상물에서 푸틴은 할아버지 스피리돈 푸틴이 옛 소련의 기틀을 세운 블라디미르 레닌과 이오시프 스탈린의 요리사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모스크바 근교 '다샤(러시아식 시골주택)'에 살면서 처음에는 레닌을 위해, 그다음에는 스탈린을 위해 계속 크렘린궁의 요리사로 일했다"고 했다. 푸틴은 할아버지가 고령이 되어서도 요리사 일을 계속하다가 1965년 86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푸틴은 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 110명을 태운 여객기를 격추할 뻔했다는 뒷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터키로 가던 여객기 기장이 "승객 한 명이 폭탄을 갖고 있고, (올림픽 개최지인) 소치로 항로를 변경하라고 협박했다'고 러시아 항공 당국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푸틴은 "전문가 의견을 구한 뒤 (여객기를) 격추할 것을 지시했지만 몇 분 만에 만취한 승객이 허위 주장을 한 것으로 확인돼 부랴부랴 취소해 해프닝으로 끝났다"고 했다.
푸틴은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주라고 서방 국가들이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푸틴은 '어떤 상황이 되면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줄 수 있느냐'며 콘드라쇼프가 묻자, "당신 제정신이냐. 그런 상황은 절대 없을 것이다. (크림반도 문제는) 이미 끝난 일이다"라고 했다.
AP통신은 "이번 러시아 대선에서 80% 안팎 지지율로 푸틴이 당선될 것으로 보이며, 현대판 '차르(러시아 황제)'의 지배가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