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소속 A 사무관(5급)은 지난 14일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 내 문예마당에 '여자 판사를 아내로 두고 싶은 직원도 기도하면 그 길이 확 열릴지도 모른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문예마당은 판사를 포함한 법원 직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회 등을 수필이나 소설 같은 형식으로 올리는 게시판이다.

A씨도 소설 형식을 빌려 '이연아 판사'라는 가상 인물을 글 속에 등장시킨다. "이연아 판사가 법복을 입고 하이힐로 복도를 두드리면서 걷는 모습을 본 남자 직원들은 그런 생각이 퍼뜩 스칠 것이다. '이연아 판사가 내 연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중략) 어느 실무관이 참 대담하게도 이런 기도를 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연아 판사를 꼬셔서 모텔방에서 낮부터 밤까지 관계를 갖고 싶다'"

이어 A씨는 여성을 잘 유혹하는 선배와 친구를 예시로 들면서 법원 실무관들이 그들을 배워야 한다고 쓰고 있다. "그들은 여자 성기의 일반 명칭을 가리키며 '그 여자 XX 참 어찌나 쫄깃거리는지'라는 얘기를 거침없이 한다. 그렇다 해도 그들은 남자로서 참 멋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항상 갖게 하고, 고귀한 면도 있다" "그들은 기어코 일을 벌이는 스타일인 것이다. 더구나 미투를 당할 염려도 없이 여러 여자를 건드리는 능력은 보통 능력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여자의 환심을 사서 기어이 얼마 안 가서 육체관계를 갖는다. 뷔페에 가서 배가 부르도록 접시를 채웠다 비웠다를 반복하는 것처럼 더 이상 만족할 것이 없을 때까지 관계를 갖는 것이다"

A씨의 글을 본 여성 판사들은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소설이라고 해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평소에 여성 판사들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본 게 아니냐. 이런 사람과 법원에서 함께 근무한다고 생각하니 소름 돋는다"고 했다. 또 다른 판사도 "미투 운동이 사회적 화두인 때에 사무관씩이나 되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가 있느냐"며 "법원 직원들의 기행이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현실 얘기와는 전혀 무관한 단순한 습작이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법원 직원들의 내부 게시판 일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 한 법원 직원(8급)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어준 재판장을 향해 '석궁으로 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법원 내부에선 해당 직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